대통령만찬 대신 ‘당일치기’ 런던의 800년째 임대료

[영국] 템스강-트라팔가광장-대영박물관 가고, 런던아이-더샤드 안 갔다

by Keeper of HOPE
영국의 국회의사당으로 사용되는 웬스트민스터 궁전. 북쪽(오른편)에 96m 높이의 세계 최고 기계식 시계탑 빅벤이 보인다.


2005년 크리스마스마저 지난 겨울.

싱글에게 연말연시가 반가울리 없다.


모양 빠지지 않게 위기를 넘길 방안을 고민한 끝에 2주간의 유럽 여행을 결단했다. 회사는 사원의 공백을 반기지 않았으나, 회사 사정으로 발생한 잔여 휴가일수가 넉넉했다. 마침 해 넘기기 전에 탕진하라는 지침도 있었다. 일정이 한가할 때 다녀오겠다고 설득했고, 창사 이래 최장 휴가를 얻어냈다.


그렇게 영국이 19번째 여행국이 됐다. 미국 뉴욕, 일본 도쿄와 함께 세계 최고 도시로 꼽히는 런던이었다. 1998년 독일에서 가려다가 미수에 그친 바 있는데, 대통령 만찬 대신 결단한 여행이었다. 영국으로 들어가서 프랑스와 스위스를 거쳐 이탈리아에서 귀국하는 소위 ‘영-프-스-이’ 일정으로 60개국 중 유일한 패키지여행이다. 이후로 벌충(罰充)하느라 신경 써야 했다.


2005년 12월 27일 런던(London) 히드로공항(Heathrow Airport)에 도착했다. 연말이라 당연히 추웠지만, 이탈리아까지 이어지는 일정을 감안해서 두툼한 파카보다는 가벼운 외투를 여러 벌 챙겼다. 공항을 나서자마자 안개비? 가랑비가 흩뿌리는 흐린 하늘이 관광객을 반긴다. 명불허전(名不虛傳) ‘안개의 도시’다. 짙은 안개는 아니었으나 시야가 트인 날씨는 아니었다.


겨울왕국(Frozen)의 서늘함은 아니었으나, 차갑고 매캐한 공기가 서울 한복판의 이른 아침과 비슷하다. 잿빛 하늘 아래에서도 오랜 기간 세계를 호령해온 도시의 위엄이 엿보인다. 중세와 현대를 적당히 섞어놓은 듯한 느낌이다. 공항에서 버스를 타는데, 우측 핸들에 좌측 입구가 신선하다. 차량을 운전하지는 않았으나 길을 건널 때 우측을 먼저 확인하라는 안내가 있었다.




앨버트 기념비는 네 모서리에 4 대륙을 상징하는 조각상이 있다. 사진은 유럽의 소를 형상화한 대리석

먼저 켄싱턴 가든(Kensington Gardens)의 앨버트 기념비(Albert Memorial)로 갔다. ‘해가지지 않는 나라’ 빅토리아 시대(Victorian era)를 이끈 ‘유럽의 할머니’ 빅토리아(Alexandrina Victoria) 여왕이 42세에 죽은 남편 앨버트 공(Prince Albert of Saxe-Coburg and Gotha)을 추모하기 위해 하이 빅토리안 고딕양식(High-Victorian Gothic style)으로 세웠다고 한다.


기념탑의 화려한 캐노피 아래에는 황금빛 앨버트 좌상이 자리 잡고 있다. 4개 대륙을 상징하는 네 모서리에는 유럽의 소, 아메리카의 버팔로, 아프리카의 낙타, 아시아의 코끼리 등 거대한 대리석 조각상이 알버트의 위상을 상징한다. 안쪽에 있는 캔싱턴 궁(Kensington Palace)은 다이애나 왕세자비(Diana, Princess of Wales)가 1997년 사망 전까지 거주한 곳이었다.


이어 향한 곳은 템스강(River Thames). 옥스퍼드(Oxford), 레딩(Reading)을 거쳐 런던 도심을 서에서 동으로 가른 후 북해로 이어진다. 346km로 잉글랜드에서 가장 긴 강이며, 영국 전체로는 354km인 세번강(River Severn)에 이어 두 번째로 길다. 강을 가로지르는 런던브리지(London Bridge), 타워브리지(Tower Bridge), 워털루다리(Waterloo Bridge) 등이 유명하다.


템즈강변에서 영국을 상징하는 웨스트민스터 궁전(Palace of Westminster)은 국회의사당으로 사용된다. 영국 상·하원이 모두 소재한 건물이다. 궁전의 북쪽 끝에 빅벤(Big Ben)으로 유명한 엘리자베스 타워(Elizabeth Tower)가 눈에 띈다. 오전 이른 시간에 템스강 맞은편에서 바라본 웨스트민스터의 금빛 석조건물이 비구름 사이로 비치는 아침 햇살에 웅장함을 드러낸다.


다음은 차량을 이용해 템스강 하류의 타워브리지로 이동했다. 중세의 성채 두 개가 강물 위에 서 있는 듯 익숙한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빅벤과 함께 영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호레이스 존스 경(Sir Horace Jones)이 고딕양식으로 설계한 다리인데, 선박의 원활한 이동을 위해 도개교로 건설됐다. 1894년 건설 당시에는 증기기관이었으나, 현재는 전기모터로 들어올린다.


타워브리지 바로 옆에는 950년 전 고풍스럽게 만든 런던 탑(Tower of London)이, 강 건너편에는 현대적 디자인으로 2002년 7월 개청한 런던 시청사(City Hall)가 있다. 그레이터런던 당국(Greater London Authority, GLA)이 소재한 건물이다.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템스강을 사진에 담고, 방금 전 강 건너에서 바라본 웨스트민스터를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이동했다.




트라팔가 광장에 있는 2005년 12월 내셔널 갤러리 전경. 2009년과 2012년 분수 현대화 작업 이전의 모습이다.

사원의 정식 명칭은 웨스트민스터 성 베드로 참사회성당(Collegiate Church of St. Peter in Westminster)이다. 캔터베리 대성당, 세인트 폴 대성당과 마찬가지로 가톨릭 성당이었으나 종교개혁 후 성공회가 차지했다. 1066년 이후 영국 왕실 대관식 장소로 쓰였고, 왕족과 위인의 무덤이 있으며, 198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뒤편에 웨스트민스터 궁전이 있다.


1998년 중세 이래 비어있던 서문 위쪽 외벽에 20세기 순교자 10인의 조각상을 세웠다. 성공회에 국한하지 않고 교파를 초월해서 선정했다. 아우슈비츠에서 다른 수감자 대신 죽음을 자청한 가톨릭 사제 막시밀리안 콜베(Maksymilian Kolbe)를 비롯해서 침례교 목사 마틴 루터 킹(Martin Luther King Jr.), 루터교 신학자 디트리히 본회퍼(Dietrich Bonhoeffer) 등이다.


런던의 또 다른 랜드마크 빅벤은 시계탑 엘리자베스 타워 속의 큰 종이다. 본디 정식 명칭 없이 시계탑(the Clock Tower), 세인트 스테픈스 타워(St Stephen's Tower)로 불리다가 2012년 6월 현 명칭이 생겼지만, 여전히 빅벤으로 불린다. 시침 길이 2.74m, 분침 4.3m로 기계식 무브먼트를 사용하는데, 시계탑 전체 높이 96m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기계식 시계탑이다.


네 마리 사자가 지키는 트라팔가 광장의 넬슨 기념탑

웨스트민스터를 떠나서 화이트홀(Whitehall)을 지나는데 과거 전쟁부 빌딩(Old War Office Building)이 보인다. 영국 국방부의 전신 전쟁부가 사용했으나, 현재는 민간에 임대해서 호텔과 사무공간으로 사용한다. 이내 눈앞에 넬슨 기념탑(Nelson's Column)과 신고전주의 건축물 내셔널 갤러리(the National Gallery)가 나타난다. 트라팔가 광장(Trafalgar Square)이다.


트라팔가 광장은 1805년 트라팔가르 해전을 기념해서 만들었다. 당초 윌리엄 4세 광장으로 불렸으나, 건축가 조지 리드웰 테일러(George Ledwell Taylor)의 제안으로 현재 명칭으로 바꿨다. 광장 중앙에 높이 솟은 넬슨 제독 기념비는 네 마리의 사자 동상이 떠받치고 있으며, 양편으로 분수대가 있다. 분수대가 공간을 많이 차지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넓은 공간을 자랑한다.




영국 왕실을 상징하는 버킹엄 궁전. 근위대 교대식이 유명하다. 직접 봤는지 기억은 명확하지 않다.


버킹엄 궁전(Buckingham Palace)은 1703년 버킹엄 공작 존 셰필드의 저택으로 건축했으나 1761년 조지 3세에게 양도됐고, 1937년 빅토리아 여왕 즉위식을 계기로 궁전으로 격상됐다. 영국 군주가 공식 사무실과 주거지로 사용하면서 영국 왕실을 대표하는 궁전으로 자리 잡았다. 궁전 전면 광장에는 꼭대기에 황금빛 천사 조각상이 새겨진 빅토리아 기념비가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버킹엄 궁전은 9번이나 공습을 당했고, 큰 피해를 입었다. 왕실 예배당이 완전히 무너졌고, 안마당에 폭탄이 떨어지면서 모든 유리창이 박살나기도 했다. 이런 피해는 왕실도 국민과 함께한다는 측면에서 영국 전역에 신속하게 보도됐다. 왕실 일원이 책임 있는 자세로 있는 그대로 방영하게 했고, 영국 국민이 전쟁을 버텨낼 자부심의 근원이 됐다.


마지막 목적지는 세계 4대 박물관인 대영박물관(the British Museum)이었다. 트라팔가 광장 근처를 다시 지나서 박물관 입구로 들어섰다.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1753년 개관한 대영박물관은 영국의 제국주의 시대부터 전 세계를 다니면서 수집한 유물이 800만점에 달한다. 다른 대형 박물관과 마찬가지로 유물을 자주 교체하고, 리모델링과 공사도 많은 편으로 알려졌다.


이집트 룩소르에서 발견한 람세스 2세 흉상

이집트관에는 볼거리가 많았는데, 그중에서도 BC 196년에 제작한 로제타 석(Rosetta Stone)은 관람객이 너무 많이 몰려서 사진을 찍기 어려울 정도였다. 5000년 전 이집트 역사의 수수께끼를 풀어준 열쇠였다. 람세스 2세 흉상(Bust of Ramesses II)과 미라 진저(Gebelein predynastic mummies)를 비롯해서 고대 이집트 유적은 사진으로 다 담기 힘들만큼 많았다.


그밖에도 파르테논 신전의 조각과 부조인 엘긴 마블(Elgin Marbles)은 줄서서 사진을 찍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니케아(리키아) 납작 무덤 ‘난도스 영묘(Nereid Monument)’와 BC 7세기 아시리아 왕 아슈르바니팔(Assurbanipal)의 사자 사냥 부조(Lion Hunt Reliefs), 그리스 조각을 로마 시대에 복제한 아프로디테(Aphrodite, Venus), 칠레 이스터 섬에서 발견된 석상 모아이(Moái)도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의 신라 금귀걸이(Silla Ear-Ring)는 본 기억이 없다.




버킹엄 궁전 앞 빅토리아 메모리얼의 일부 조각상 뒷면이다. 트라팔가 광장으로 연결하는 도로 '더 몰'이 이어진다.


PS. 런던은 경제, 금융, 의료, 관광, 교통, 예술, 패션, 엔터테인먼트 등 거의 전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국제 항공편 승객에 따르면 세계에서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도시 중 하나이며, 43개의 대학교를 지닌, 유럽에서 가장 대학이 많은 도시다. 현대 도시 중 1908년, 1948년, 2012년까지 세 번의 하계올림픽을 개최한 최초의 도시로 기록을 남겼다.


런던 시는 1211년 이후 8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해마다 영국 왕실에게 토지 임대료를 지불한다. 재미있는 점은 해당 토지가 어디인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계약이기 때문에 지킨다. 전통과 약속을 중시하는 그들의 문화로 존중할 수 있는데, 더 재미있는 점은 계약 당시 내용이다. 런던 시는 매년 최초 약속한 칼, 도끼, 편자 6개, 못 61개를 임대료로 지불한다.


하나 더. 당시 런던 아이(London Eye)는 완공 5년이 흐른 시점이었다. 지금처럼 인기가 많지는 않아서 굳이 올라가지 않았다. 5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할 계획이었으나 파리 에펠탑처럼 랜드마크로 부상하면서 2002년 영구 운행을 결정했다. 유럽에서 가장 높은 309.6m 마천루(摩天樓) 더 샤드(the Shard)는 2012년 개장했다. 여행 당시엔 당연히 존재조차 짐작할 수 없었다.


런던은 오랜 역사만큼 관광 명소가 넓게 분포해 있다. 켄싱턴 팰리스에서 타워 브리지까지는 차로 40분이 걸린다.(구글지도)


[런던 MTA] 대영박물관(the British Museum), 앨버트 기념비(Albert Memorial), 캔싱턴 궁(Kensington Palace), 템스강(River Thames), 런던브리지(London Bridge), 타워브리지(Tower Bridge), 워털루다리(Waterloo Bridge), 웨스트민스터 궁전(Palace of Westminster), 빅벤(Big Ben), 런던 시청사(City Hall), 런던 탑(Tower of London), 웨스트민스터 성 베드로 참사회성당(Collegiate Church of St. Peter in Westminster), 화이트홀(Whitehall), 트라팔가 광장(Trafalgar Square), 버킹엄 궁전(Buckingham Palace), 그리니치(Greenwi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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