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고랑 斷想 14
지구상에 살고 있는 개미의 숫자는 얼마나 될까. AI에 물어보니 약 2경 마리의 개미가 산다고 한다.
사람 일인당 약 250만 마리가 배정되는 그런 수이다. 참 어마어마한 숫자의 개미가 살고 있다.
시골에 살면 이런 많은 개미와 또 더불어 살아야 한다. 집안에도 설탕이나 뭔가 달콤한 것이라도 떨어져 있으면 어김없이 개미들이 줄을 지어 들어와서 부지런히 입에 물고 옮겨가는 것을 보면 거저 경이로울 따름이다.
우리나라 생태학자인 최재천 교수는 '개미 박사'로 유명하다. 그는 15권의 개미에 관한 어린이용 책을 쓰기도 하였다.
개미는 기본적으로는 지구에 이로운 동물이다. 죽은 나무가 있으면 개미들이 또 부지런히 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무슨 물질을 가져가는지는 모르지만 썩어가는 나무를 분해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한다. 수많은 개미집을 땅속에 만드는 과정에서 토양을 부드럽게 하고 산소도 공급한다.
그런데 가끔은 밭을 만들어 놓으면 밭 한가운데에 개미집을 만드는 경우가 자주 생긴다. 왜 하필이면 거기다 집을 짓는지 모르지만 참 성가시기도 하다. 집 마당에 만들어 놓은 잔디밭에도 집을 만들어 놓는다. 개미집 구멍이야 아주 작아서 잘 보이지 않지만 집을 만든다고 땅을 파서 그 흙을 개미집 입구에 크게 쌓아 놓으니 이게 문제인 것이다. 이런 것까지는 좀 참고 같이 살아가면 된다.
그러나 가만히 관찰해 보면 진딧물이 집단으로 서식하는 곳에는 꼭 개미들이 분주하게 오간다.
나무줄기 위로 개미들이 부지런히 오가면 거의 진딧물이 어딘가에 있다. 진딧물은 나뭇잎이나 밭에 심어놓은 고추 같은 작물 잎 뒷면에 붙어서 잎을 갉아먹는다. 그러니 잎 뒤편을 들춰보지 않으면 잘 보이지도 않는다. 보통 하나의 이파리에 수백 수천 마리가 붙어있는 것을 보면 참 기가 막힌다.
그런데 개미들은 왜 진딧물이 있는 곳을 부지런히 다닐까?
개미들은 진딧물이 잎의 즙을 빨아먹고 배설한 것, 이것은 당분이 많아서 개미들이 아주 좋아한다. 그러면 개미는 그냥 공짜로 진딧물 배설물을 먹는가? 개미는 그 대신 진딧물의 천적인 무당벌레, 풀잠자리 등이 나타나면 공격해서 쫓아내 준다. 이뿐 아니라 진딧물의 먹이가 부족해지면 개미는 진딧물을 입에 물어서 다른 새 잎에 옮겨주기도 한다. 철저한 공생관계인 것이다.
텃밭 주변으로 복숭아나무, 살구나무, 또 매실나무를 각 몇 그루 씩을 기르고 있다. 봄이 오면 하나씩 흰색 분홍색 꽃을 피우는데 참 아름답다. 그래도 시골에 사는 보람을 한참 만끽하게 된다. 그러나 이제 꽃이 지고 작은 열매들이 달리기 시작하면 이때부터 개미들이 이 나무들을 분주히 기어오른다. 바로 진딧물이 있어서다. 어디서 물어 온 것인지는 잘 모르지만 개미들이 진딧물을 집단으로 사육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유실수를 한 두 그루 기르면 독한 농약을 쓰지 않고 친환경농약을 쓴다고 하지만 전문 농가에서는 독한 농약을 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것도 한해에 네다섯 번은 뿌려야 이런 진딧물을 방제할 수 있으니 보통 일이 아니다.
시골에서 살면 파리 모기 등등 많은 확실한 해충들이 있지만 개미 군단에 대해서는 해충으로 생각해서 함부로 박멸할 수도 없으니 이 부지런한 일꾼들을 보며 놀라움과 난감함에 빠저 있을 뿐이다.
앞에서 말한 개미박사 최재천 교수는 그의 저서나 강연에서 "알면 사랑하게 된다"는 메시지를 꾸준히 전달하고 있다. 생태학자로써 그의 자연에 대한 애정을 느끼게 하는 말이다.
그러나 조그만 텃밭에 몇 그루 과일나무나 고추 몇 포기 기르는 나는 아직 그런 경지에는 전혀 도달하지 못함을 고백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