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 까치 산까치야.

밭고랑 斷想 15

by kacy

까치


도회지에서 오래 산 나는 새에 대해 뭐 할 얘기가 별로 없다. 기껏 보게 되는 새라야 까치, 까마귀, 비둘기 정도가 아닐까. 어릴 때 자주 보던 참새나 제비는 도시에서는 볼 수도 없고.


여기 여주에 와서 자주 보는 새들도 역시 까치 까마귀에다, 자주 참새 때들도 본다. 가끔 꿩이 푸드덕 긴 풀 속에서 나와 바로 눈앞에서 날아 나를 깜짝 놀라게도 하지만 또한 얼마나 즐거운지 모른다. 아침에 일찍 일어난 새들이 창밖에서 지저귀면 아주 시골 생활이 꽤 낭만적인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침에 밭에 나가 일하다 보면 딱따구리들도 따따따 딱 주둥이를 나무에 대고 두들겨 대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이놈들 두르리는 소리는 절에서 목탁 두드리는 소리와 정말 흡사하다. 뭐 전생에 절하고 무슨 관계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꽤 운치를 돋우어 주는 새다. 그리고 5월 말 6월 초부터 자주 들리는 소리는 뻐꾸기 우는 소리다. 이 녀석은 사실 깊은 숲 속에 있어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그 소리만큼은 아주 우아하여 밭에서 일하다가 가끔 나를 머나먼 옛날로 데려가기도 한다.


처음 여기 왔을 때 농사철과 관련하여, 여기 사시는 분이 뻐꾸기 울면 고구마 심을 때라고 말해주어서, 우리 시골 사는 농부들이 얼마나 낭만적인가 하고 생각했는데, 지역에 따라서 남부지방에서는 뻐꾸기 울면 참깨 심을 때라고 하는가 하면, 북부지방에서는 뻐꾸기 울면 참깨 심지 말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남쪽에서는 참깨 파종시기와 일치하지만 북쪽에서는 이때 심으면 너무 늦어 수확량이 떨어진다고 하는 말이란다. 그러나 현실에선 농사와 새와의 관계는 사실 이렇게 낭만적인 것만은 아니다.


몇 년 전에 땅콩 모종을 조금 사서 처음 심어보았는데 뭐 별문제 없이 그런대로 땅콩을 조금 수확을 하여, 이듬해 본격적으로 세 이랑을 심었다. 땅콩은 꽃이 핀 다음에 씨방이 자라서 줄기가 나와 땅속으로 이 줄기가 들어가서 땅 속에 땅콩 열매가 생긴다.(그래서 중국말로 땅콩은 낙화생落花生이라고 부르는데 이 이름이 아주 일리가 있어 보인다.) 그러서 일반 비닐 멀칭(비닐로 땅을 덮어주는 것)을 하면 이 줄기가 비닐을 뚫고 땅속으로 들어가지 못하므로, 꽃이 피고 나면 비닐을 벗겨주거나 아니면 땅콩용 특수 비닐을 써야 한다.(이 비닐은 아주 얇아서 쉽게 씨방 줄기가 땅속으로 뚫고 들어간다.)


잘해보려고 이 땅콩용 비닐까지 꽤 비싼 값으로 사고 아무튼 정성을 들였더니 아주 잘 자랐다. 그런데 수확 때가 가까워졌는데 며칠 서울을 갔다 와서 보니 이게 웬일인가, 땅콩밭고랑이 완전히 파해쳐져서 뿌리가 다 드러나 있는 것이었다. 물론 땅콩은 단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어떻게 누가 이렇게 철저하게 다 먹어버린 것인지, 너무나 놀라울 뿐이었다. 처음에는 두더지 짓인가 하였으나 자세히 보니 새 깃털이 여기저기 보이고, 이웃에 물어보니 다름 아닌 까치의 짓이라는 것이다. 사실 얼마 전부터 땅콩 밭이 부분적으로 파해쳐 있어 두더지가 그런 것으로 생각해 철물점에서 두더지 잡는 덫을 사다 밭에 두고, 또 농약상에 가서 이놈들 퇴치약도 사서 땅콩밭 여기저기에 놓아두기도 하였는데,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아마 다 수확했다면 한 가마니도 더 되었을 텐데 말이다. 여기 산이 가까이 있어서 산까치가 자주 다니는데 얘들은 날개색이 하늘색으로 주로 수십 마리가 같이 다니는데 아미 이 녀석들의 소행이 분명하다. 까치라는 놈들도 처음 약간 덜 익었을 때는 조금씩 먹어보다가 잘 익었을 때는 동네 친구들 까지 다 불러다가 땅콩 파티를 연 것이 틀림없다. 그것도 주인이 없다는 걸 어찌 알았는지 정말 까치에게 두 손 두 발 다 들고 말았다.

물론 요령이 생겨서 새망을 사다가 씌우기도 하거나 이것도 번거로우면 좀 일찍 수확을 하고한다


새들과 이런 해프닝이 가끔 생기기는 하자만 그래도 배에 검은색 넥타이를 맨듯한 줄무늬가 있는 박새, 갈색 날개에 흰점이 예쁜 딱새, '비-비-비'하고 우는 귀여운 곤줄박이 등등 너무 많은 예쁜 새들 속에 사는 시골생활은 도시의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음은 분명하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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