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모기야.

밭고랑 斷想 13

by kacy

아! 모기야.


농촌이나 시골에 살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생각 속에는 뭔가 여유롭고 자연을 벗하며 유유자적하는 생활을 머릿속에 가지고 있다. 아침부터 창밖에서 지저귀는 새소리에 잠을 깨고, 멀리서 뻐꾸기 우는 소리 들으며 향기로운 모닝커피 한잔 하고, 호랑나비 노랑나비들 춤추고, 고추잠자리 산들산들 날아다니는 우거진 숲을 바라보며, 때로는 명상에 잠기기도 하고, 그러다 밭에 내려가 새까맣게 익은 가지도 따고 예쁘고 잘 생긴 애호박 하나 따서 나박나박 썰어 전도 부처 먹고, 뭐 그러다 생각나면 뒷산에 올라 온갖 들꽃의 우아하고 예쁜 모습에, 조물주의 그 오묘 막측하심을 감탄하다가, 산새들 나는 곳으로 눈길을 돌리다 길가에 난 빨간 산딸기도 따서 입에 넣어 보고 뭐 이런 것들을 생각하기도 할 것이 틀림없다.

사실 가끔은 이러기도 하지만 맨날 이러고 살다 간 텃밭이 풀 투성이로 변하는 것은 일순간이고, 심어 놓은 몇 가지 작물들도 주인 따라 정신줄을 놓아 제대로 자라는 것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 뻔하다.


아침 일찍 일어나 밭에 나가면 맨 먼저 반겨주는 것은 모기들이다. 초여름부터 가을까지 이놈들도 농부 따라 참 부지런하다. 하기야 자기도 아침식사를 해야 하니 뭐 어쩔 수 없겠지만 시달리는 입장에서는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그러니 한 여름에도 긴바지에 긴팔 옷을 입고 나가야 한다, 그러면 이 녀석들도 어디에 앉아 아침 식사를 할까 하고 한참을 이리저리 맴돈다. 그런데 이때도 참 영악한 것은 내 얼굴 앞에는 그냥 빠르게 지나가고 꼭 몸 뒤쪽에서만 맴돌며 기회를 엿보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감싸고 나가면 이제는 물 곳이 목과 얼굴 손등 밖에 없으니 여기를 물려고 온통 난리다. 그러니 한 손으로는 호미질을 하고 다른 한 손으론 연방 이놈이 달려드는 것을 방어하느라 허공을 휘젓고 있어야 하니 얼마나 짜증이 나는지 모른다. 거기다 얼굴을 물려고 달려들면 내 빰을 사정없이 후려 갈기기도 한다. 이러니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좀 정신이 이상한 사람으로 보일 지경이다. 그러다 정 안되면 쭈그리고 앉아있는 내 엉덩이에 기어이 몇 방 침을 놓아 부풀어 오르게 만들어 놓고는 사라져 버린다.


시골에는 온갖 해충들이 많아서 정말 이놈들과 같이 생활한다는 것은 여간 괴로운 것이 아니지만 이 모기만큼 귀찮고 성가시고 거기다가 집요하게 몸에 붙어 피를 빨고 그 후유증을 남기는 것은 없으니 참 난감하다. 보통 밖에 나가 물리면 대여섯 군데 물리는 건 아주 다반사이고 그러면 물린 곳이 부풀어 오르고 가렵고 하니 참 견디기 어렵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내가 아내와 같이 있을 때는 이 모기들이 주로 나는 못 본 체하고 아내를 집중 공략을 하는 것이다. 뭐 그래서 처음에는 이놈들이 수놈들이 돼서 여자를 좋아하나 보다 했는데, 어디 보니까 암놈들이 알을 낳아야 할 시기에 집중적으로 피를 먹으려 한다는 그런 얘기가 있는 것 보면 이건 아닌 것 같고, 또 어떤 연구자는 사람의 O형 피를 모기들이 좋아하는 그런 글을 본 것 같기도 하고(아내가 하필 O형이라 이 학설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하여튼 아내는 여기 생활의 가장 힘든 것으로 모기가 달려드는 것이라 한다.

온통 몸을 감싸고 나가도 문을 열고 나가는 순간부터 공격을 받아 비명을 지르니 모기보고 나한테 오라고 할 수도 없고, 옆에서 보통 난감한 일이 아니다.

전에 누가 천연 모기 기피제라는 것을 직접 만들었다고 주어서 몸에 뿌려 보았지만 이곳 모기들한테는 전혀 효과가 없다. 하기사 뭐 그 속에 알코올에 계피를 넣고 뭐 다른 것 몇 가지 넣어 만든 것이라는데, 이 정도에 도망갈 젊잖은 모기가 있을까 싶다.

얼마 전 방송에서 혼자 산에 사는 사람이 모기 퇴치를 하는데 쑥을 말려서 태우는 것이 아주 최고라고 하는 것을 보고, 쑥을 뜯어 정성껏 말려서 태워보니 그런대로 효과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이건 가만있을 때야 옆에 놓고 태우지만 이리저리 다니며 일을 해야 할 때는 소용이 없다. 그리고 금방 타서 연기가 없어지니 계속 쑥을 집어넣어야 하는 것도 참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아내가 아주 밝은 얼굴로 드디어 모기 잡는 법을 인터넷에서 알아냈다고, 이제 모기에서 해방될 일만 남았다고 하며 나에게 처방을 말해 주고 당장 해보자고 한다. 인터넷 어디에서 초등학생 과학 실습반에서 한 처방이니 믿을 수 있는 것이라며 아주 희색이 만면하다. 아내가 알려준 처방은, 설탕을 물에 녹이고 여기에 빵 부풀리게 하는 이스트를 넣으면 거기서 모기가 좋아하는 무슨 가스가 발생해서 모기를 유인하고, 그래서 병 속으로 유인되 들어간 놈들은 거기서 못 나오게 하면 끝이라는 너무도 간단한 처방이다. 당장 이 특효약을 만들어 열 개쯤 여기저기 놓아두면 이제 드디어 모기와는 관계 끝이라고 한다. 그래도 우선 하나만 만들어 실험을 해보자고 내가 제안하니, 참 세상 맨날 속아서 살았나 하는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큰 생수 통을 반을 잘라서 액체 담을 통을 만들고 생수통 주둥이 부분도 잘라내어 뒤집어서 액체통과 붙이고 스카치 테이프로 잘 봉하였다. 좁은 입구로 들어간 모기는 일단 안으로 들어간 다음에는 나오기 힘들게 뻔하다. 드디어 처방대로 비방액을 만들어 통속에 넣고 앞마당 덱크 위에 놓아두었다. 통 속에서는 무슨 화학반응이 일어나는지 부글부글 거품이 생기면서 약간 막걸리 냄새 같은 것도 나고 아주 그럴싸해 보인다. 이제 모기들이 슬슬 이 냄새를 맡고 달려들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한 시간이 지나고 두 시간이 지나도 모기는커녕 하루살이 한 마리 나타나지 않으니 이게 어찌 된 일이란 말인가!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여전히 개미 한 마리 빠진 것도 안 보인다. 아, 아내의 그 실망감이란!

지금도 이 모기 유인 액통은 그대로 덱크 위에 잘 놓여있다. 언젠가 정신줄 놓은 모기 한마라라도 지나가다 빠지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고추밭


이른 아침 고추밭

아침이슬 아롱아롱


부지런한 아침바람

고춧잎에 살랑살랑


무당벌레 한 쌍은

잠이 깨어 슬금슬금


잠이 들깬 아빠는

팔뚝 위의 모기만

철썩 내려치신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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