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밭고랑 단상 11

by kacy

어릴 적 밤이 되면 늘 촛불이나 호롱불을 켜다가 처음으로 전기기 들어온 날이 흐릿하나마 기억이 된다. 그 환함의 느낌은 어린 나이였음에도 얼마나 놀라웠는지. 그러나 또 잦은 정전으로 또다시 촛불을 찾아서 켜던 일들. 이제는 전기 없이는 단 하루도 살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지만 우리의 삶이 이런 과학의 발달에 의한 변화만이 아니다.


회사 퇴직 후 여기 경기도 시골로 내려온 해가 지금부터 15년 전, 2010년이었다.

인구가 10만 정도인 이곳 시(市)는 지금도 그 숫자에 별 변동이 없다고 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늘 그 밭이 그 밭이고 그 논도 계속 그 논이다. 그저 새 집들이 조금씩 늘어가고 있을 뿐.


그러나 이 논 밭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엄청난 변화를 느끼게 된다. 그때는 밭에서 품삯 일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동네 할머니들이었다. 당시 일당이 5만 원 정도였다고 기억한다. 15년이 지난 지금은 어떻게 되었을까.

밭에서 품삯 일하는 사람들은 이제 대부분 외국인이다. 그러니까 이 일을 하던 할머니들은 너무 나이가 많아 이제 이런 밭일을 못하거나 세상을 떠난 것이다.


시내에서 우리 동네에 두세 시간마다 다니는 버스를 타보면 평일에는 거의 80대 이상으로 보이는 노인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주말이나 휴일에는 이제 외국인들이 꽤 많이 탄다.


위에서 말한 새 집들은 대체로 주택건설업자들이 짓는 소규모 주택단지에 세우는 집이 대부분이다.

이런 집들을 보면 집이 완성된 이후도 한참을 비어 있는 경우가 많아 보인다. 그러니 이 건축업자들은 얼마나 손해를 볼까 생각하면 남의 일이 아니다.

오래된 집이 많은 동네를 지나다니다 보면 아무도 살지 않아 쇄락한 집들도 점점 늘어가는 것을 본다. 풀만 무성히 자라고 문짝은 떨어져 나가고.


한동안 도시에서 시골로 이주 붐이 좀 생기다가 그것도 요즘은 좀 시들한 것 같다. 시골에 조그만 second house를 가지는 것을 좋아하던 풍조도 점점 줄어든다고 한다. 다만 서울과 연결되는 전철이 생긴 이후, 역 주변에 지은 고층 아파트는 어디서 온 사람들인지 분양이 잘되고 있다고 하니 다행이라고 할까.


도대체 어떻게 10여 년 만에 이런 변화가 생기는 것일까.

여기서 우리나라 농업의 한계를 느낄 수도 있지만 그런 것보다 더 두려운 것은 이러한 변화 속도가 너무나 빠르다는 데에 있다. 15년 만에 생긴 이런 변화를 보면, 앞으로 30년, 50년 후는 도대체 어떤 변화가 올 지 정말 두려울 정도이다.


10년이면 강산만 변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세상도 너무나 빨리 변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 다음 세대, 또 그다음 세대는 어떤 세상에서 살런지 도무지 가늠이 되지 않는 세상의 변화 속도다.


이렇게 작은 한 시골 동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이를 미리 예측하고 조화롭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만 하지 않을까..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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