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공부(1)

밭고랑에 앉아서. 1

by kacy


한자 공부(1)


처음 시골에 내려오면 조금이라도 텃밭을 일구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이 참 많다.

우선 기본적인 농기구로는 호미 몇 개, 삽, 곡괭이, 쇠스랑 등. 퇴비도 몇 포 사고, 비료도 처음에는 기본적인 복합비료(비료의 삼대 성분인 질소 인산 칼륨이 적합한 비율로 들어있다.)도 한포 사고.


이제 왕초보 농부로 뭘 좀 심어야 하나, 아는 것이라고 뭐 아무것도 없으니 공부를 좀 해야 한다. 도서관에 가서 농사에 관한 책도 빌리고 인터넷에 들어가 이것저것 검색도 해본다. 몇 가지 심을 것을 정하고 씨앗 파는데 가서 씨앗도 산다. 그런데 이제 슬슬 머리가 아프기 시작한다. 왜 무엇 때문에 그런가?

농사에 관해 써놓은 글들이 도무지 읽어봐도 무슨 말인지를 모르니 무슨 외국어 보는 듯 하니 말이다.


우선 씨앗 봉지에 쓰여있는 설명 글부터 보자.. ‘초장이 60-70cm이고 초세가 강하고 도복에 비교적 강하다(완두콩)’ ‘온도가 높을 때는 엽색발현이 불량하다.(치커리)’ 그리고 뭐 ‘고온 및 건조 시는 조기추대를 유의하라’ 등등 평생 들어 본 적 없는 용어들이 중간에 꼭 한 두자씩 끼어있으니 나를 참 당황스럽게 하고 열받게 하는 것이다. 뭐 이 정도야 그렇다 치고, 다음에 씨 파종에 들어가면, 점파를 하느니, 산파 또는 조파를 하라고 쓰여 있으니, 점파(點播)야 하나씩 심으라는 소리 같은데, 그럼 산파(散播)는 애 낳을 때의 산파가 아니고 흩어 뿌리라는 소린 줄은 대충 짐작이 간다. 그다음 조파는 또 무슨 말인가. 뭐 산파 도와주는 사람을 조파라는 건지 도무지 감도 안 잡힌다. 눈치 빠른 분은 그다음 줄 뿌리기 아니겠느냐고 하실 텐데 바로 정답이다. 조파(條播), 참 어려운 한자 말인데 왜 쉬운 우리말 ‘줄 뿌리기’를 놔두고 이런 말을 쓰는지 머리가 돌 지경이다.


그리고 이 씨앗을 경우에 따라서는 ‘최아’나 ‘침종’을 한 다음 심으라고 쓰여있는 경우도 있다. 이건 또 무슨 회괴한 소린지 참 모르겠다. 그런데 요즘에는 자주 이 방법을 써서 파종을 하기도 하는데 아주 유익한 경우가 많다. 우선 ‘최아(催芽)’란 씨앗의 싹을 약간 틔워서 파종하라는 말이다. 그러니까 ‘재촉할 최(催)에 싹 아(芽) 자를 써서 최아라고 하는데 도무지 어려운 말이다. 이 최아 방법으로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 바로 ‘침종(浸種)’이다. 그냥 씨앗을 물에 몇 시간 또는 하루 이틀 담가 놓았다 파종을 하면 발아율이 높아지고 빨리 싹이 나오게 된다. 여기서 한 가지 더하면 씨감자는 ‘욕광 최아’를 하라고 한다. 이제 최아는 알았는데 이 ‘욕광’은 또 무슨 말인가. ‘욕광(浴光)’, 뭐 어디서 들어본 말 중에 비슷한 말이 ‘일광욕(日光浴)이 있다. 바로 목욕할 욕 자에 빛 광 자니까 말 그대로 햇빛에 내놓아서 싹을 미리 틔우는 방법을 말한다.


씨앗 봉지에 써있는 ‘초장’ ‘초세’ ‘도복’ ‘조기추대’ 뭐 이런 용어는 일일이 찾아 보기도 그렇고 나처럼 게으른 농부에게는 정말 길거리 방지턱처럼 나를 덜커덩거리게 만드니 참 피할 수도 없고 인내를 가지고 공부할 수박에 없을 것 같다.

여기서 다른 말 보다 ‘추대(抽籉)’라는 용어는 꽤 자주 나오는 말이니 알아 둘 수밖에 없다. 여기서 ‘추’는 한자 말로 ‘뽑다’는 말로 뭐 어려운 한자는 아니다. 그다음 ‘대’ 자는 이게 뭐 ‘삿갓’이라는 뜻이라는데, 생긴 모양이 참 복잡도 한 삿갓이다. 그럼 ‘삿갓을 뽑는다’는 말이 되는데, 점점 미궁으로 빠져 들어간다. 그러니까 씨앗 설명문에 보면 ‘추대를 방지하라’ 거나 ‘추대를 유의하라’고 항상 쓰여 있으니 추대가 별로 좋은 것이 아닌 모양이다. 그럼 밭에 들어갈 때 삿갓 뽑힐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삿갓을 잘 동여 메고 일하라는 말인지 참 오묘막측하다. 이게 뭘까. 알고 보니 뭐 다름 아닌 식물의 꽃대가 올라오는 현상을 말한다니 참 맥이 빠질 일이다. 그냥 꽃대가 올라오는 것이라면 대한민국 모를 사람이 없을 텐데 말이다.


그래도 기왕 여기까지 왔으니, 그럼 왜 꽃대 올라오는 것을 유의하라는 것일까.

텃밭을 처음 시작하면 제일 먼저 심는 것은 대체로 쌈 채소류다. 주로 상추 몇 종류, 쑥갓, 치커리, 겨자 등등이 있다. 이런 채소들은 무슨 병충해에 걸리는 일도 없고 아주 무럭무럭 잘 자라서 열심히 잎을 따 상추쌈으로 잘 먹게 되면서 아주 텃밭 가꾸기의 뿌듯한 느낌이 들 때쯤, 어느 날부터 여기서 말한 추대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그러니까 쑥갓 상추에서 꽃대가 쭉쭉 올라와서 꽃이 피는 것이다. 그럼 상추 따먹기는 끝난다. 식물들이 자기 후손을 키우기 위해 전력을 다해, 꽃대 기르기에 모든 영양을 모으기 때문에 잎은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 그래서 농부들은 이런 추대현상이 일어나지 않거나 늦게 일어나도록 여러 가지 생육 조건을 조절해 준다. 여기서부터는 좀 전문적인 문제라 나도 잘 모른다.

(다음 편에서 계속 이어갑니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