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공부 (2)

밭고랑에 앉아서. 2

by kacy

한자 공부(2)

(한자 공부 1에 이은 글입니다.)


씨를 심고 며칠 지나면 싹이 나고 줄기가 자라고 잎이 무성해진다. 그러면 이제 식물에 따라 성장을 인위적으로 조절해 주고 유도해 주어야 할 일들이 많다. 이제부터 농사일은 정말 바빠지고 이런 일들의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럼 이제부터는 ‘필히 측지제거를 해야 한다.(토마토)’ ‘화방이 다섯 개 나오면 적심 해야 한다.’ ‘액아 제거를 해준다.’ ‘본잎 다섯 장 일 때 적심하고 원줄기 1,2번 곁순제거하고 아들줄기 기르고 아들줄기 8번째 적심하고 손자줄기 1,3번 곁순제거하고 4번 이상에서 참외 달리게 한다(참외 재배법)’ 음... 이래도 머리가 온전히 돌아가는 사람이 있다면 참 존경할 만한 사람이다.


토마토 기르기를 하면 위의 것들을 꼭 알아야 되는데 우선 여기서 말하는 ‘액아제거’ 또는 ‘측지제거’하는 일이다. ‘액아(腋芽)’라는 말은 겨드랑이 ‘액’ 자에 위에 나온 싹 ‘아’ 자다. 우리말로 겨드랑이에 나는 싹이다. 식물이 줄기하나가 나와서 자라다가 이 줄기(원줄기라 한다)와 잎 사이, 즉 겨드랑이에서 다시 옆줄기가 나오기 위해 싹이 나오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나온 줄기를 원줄기와 구분하여 ‘측지(側枝)’ 즉 곁가지를 말한다. 그러니 액아가 자라서 측지가 되는 것이니 그 말이 그 말이지만 아무튼 토마토는 이 액아, 즉 곁가지 싹을 나오는 데로 바로 따 주어야 한다. 그냥 내버려 두면 이 곁가지에서도 토마토가 달려 어마 어마하게 많은 열매가 맺지만 제대로 큰 토마토로 성장을 못하니 그런 것이다.


위에서 말한 참외 재배법은 지금도 헷갈려서 아예 교본을 밭에 가지고 가서 그때마다 참고를 하면서 기른다.이건 지금도 혼돈이 와서 여러분에게 설명하다간 내가 욕먹을 가능성이 너무 높아서 그만둔다.


그다음 자주 쓰는 말이면서 아주 아주 중요한 말이 ‘적심(摘心)’이다. 딸 ‘적’ 자에 마음 ‘심’ 자니 뭐 심장을 따버린다, 이런 아주 무시무시한 무지막지한 말이 되는데 사실 식물들 입장에서야 뭐 틀린 말도 아니다. 바로 식물 원줄기의 맨 꼭지에 있는 생장점(식물이 자라는 부분)을 제거해 버리는 것이다. 식물은 이 생장점이 계속 자라서 위로 성장을 계속하는데 이것이 없어지면 식물은 키가 더 클 수가 없다.


자 이렇게 되면 식물들이 가만있을까. 어떻게 하건 더욱 많이 자손을 번식하기 위해 이제는 위에서 얘기한 '측지' 즉 곁가지들이 원줄기 성장이 막힌 것을 대신해 무지하게 나오기 시작한다. 바로 농부들이 이를 노려서 적심을 하는 대표적인 경우가 콩 재배방법이다. 이렇게 콩은 곁가지가 많이 나와 콩이 많이 달리도록 유도하고, 앞의 토마토의 경우는 이것과 반대되는 재배법인 것이다.


우리가 가을에 보는 크기가 작은 국화꽃이 화분 가득한 것도 이렇게 적심을 하는 방법으로 꽃송이를 많이 나오게 유도하여 그런 것이다. 요즘은 다행히 적심이라는 말 대신 순우리말인 ‘순 지르기’라는 말을 많이 쓰고 있어 그나마 좀 다행이기는 하지만...


아무튼 농부가 아니라도 시골에서 텃밭이라도 가꿀 꿈을 가졌다면 평소에 한자 공부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뭐 애들한테 한자를 가르처야 하니 마니 맨날 싸움박질하지 말고 농사책 한번 읽어보면 답이 있다.

아무튼 우리말의 70프로가 한자말에서 나온 것이니 기본적인 한자공부는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러나 우리 좋은 말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어려운 한자말을 쓰는 전문인들은 좀 많이 각성하고 그 옛날 것들을 하루빨리 버려야 할 것이 분명하다.

우연히 도서관에서 나무재배법 책을 한번 보다가 기겁할 뻔한 일이 있었다.. 어찌나 어려운 한자용어가 많은지 이건 아주 가관이다. 임업 쪽의 한자용어 쓰는 것에 비하면 이쪽 밭농사의 그것은 손톱의 때 만도 못한 수준이니까.


우리말을 가장 잘 구사한 시인 중 한 분인 미당 서정주 시인은 이런 어려운 한자말 쓰지 않고도 주옥같은 시를 참 많이 썼다.


국화 옆에서

서정주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필라고

간밤에 무서리는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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