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고랑에 앉아서. 3
옥수수
옥수수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까. 일반적으로 밭에 심는 작물 중에서 가장 키가 큰 것이 옥수수다. 보통 사람 키보다도 큰, 2m 가까이 자라니 항상 밭의 가장자리에 심어저 좀 푸대접을 받는 기분도 들 것이다.
또, 다른 작물에 그늘을 지우면 안 되니 대체로 북쪽에 심거나 해야 한다. 도회지에 만 산 사람들 중에는 옥수수도 토마토나 오이, 가지처럼 한 주에서 여러 개가 주렁주렁 달리는 줄 아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옥수수는 안타깝게도 한주에 두 세게 달리지만 대개 먹을 수 있도록 완전히 자라는 것은 하나 밖에 안된다. 나머지는 자라다 만다. 그래서 사람들은 아주 비경제적인 식물이라고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생각하기에 따라 꼭 그렇다고 할 수도 없다.
우리는 씨 한 개를 심으면 수 십 수 백개의 열매를 수확하거나, 아니면 배추, 무처럼 씨 크기보다 수 천배 수 만 배의 크기의 것을 수확한다. 그러니 옥수수 한 알을 심어 옥수수 하나를 따니 비효율적 작물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옥수수도 마찬가지로 옥수수 한 대에 대략 300개에서 350개의 낱알이 생긴다. 그러니까 한 알을 심어 옥수수 한 대를 얻으면, 이듬해에 300개 이상의 옥수수가 생기는데 이를 비경제적이라 말할 수 있을까.
옥수수가 자라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한 것이 많다. 어느 정도 키가 자라면 맨 꼭대기 쪽에서 수꽃이 먼저 나오기 시작한다. 그러다 보면 줄기의 중간쯤 줄기와 잎 사이에서 옥수수가 쏘옥 머리를 내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옥수수가 어느 정도 커지면 겹겹이 쌓인 껍질의 위쪽에서 수염이 거의 투명한 색으로 나오기 시작한다. 이것이 말하자면 암꽃인 것이다. 옥수수 낱알 하나하나가 이렇게 각기 자기의 수염을 밖으로 내보내서 수꽃에서 날라 온 꽃가루를 받아 수정이 되어야 옥수수 하나하나가 여무는 것이다. 그러니까 옥수수 한 대에 낱알이 300개라면 수염도 300개가 나온다. 우리가 먹는 옥수수 한 알 한 알이 이런 수고를 해야만 하니, 옥수수 한 알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모른다.
수꽃이 꽃가루를 내보내는 것도 참 오묘하다. 수술 대가 올라와서 몇 가닥으로 벌어져서 벼 모양의 수꽃이 달리는데(그래서 옥수수는 벼과에 속한다고 한다.) 이것이 열리고 그 속에서 꽃가루를 안고 있는 주머니가 서너 개씩 나온다. 그리고 이 주머니가 터지면서 무수한 꽃가루들이 분가루처럼 떨어져 바람을 타고 수염에 도달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수정이 되면 투명하던 암수염의 색깔은 갈색으로 변하기 시작하고 점점 암갈색으로 변해서 마르기 시작하면 수확할 때가 가까운 것이다. 이렇게 옥수수는 대표적인 풍매화(風媒花)다. 그리고 옥수수를 심을 때는 두 줄 이상을 심어야 옥수수가 이 빠진 듯한 것이 잘 생기지 않는다. 한 줄만 심으면 수꽃에서 꽃가루가 날아와도 충분치 않아 수정이 안 되는 경우가 많이 생기기 때문이다.
‘솥에 물 끓이고 옥수수 따러 간다’는 말이 있다. 옥수수는 딴 즉시 바로 삶아서 먹어야 맛이 있다. 옥수수는 따게 되면 당질분이 전분으로 변화하게 된다. 하루 사이에 당분의 거의 반 정도가 전분으로 변해, 시간이 지나면서 단맛이 없어지니 생긴 말이다. 이와 반대로 고구마는 수확 후에 전분이 서서히 당분으로 변하기 때문에 좀 두었다 먹어야 달고 맛있다. 사정이 이러니 주변에 보면 옥수수는 한꺼번에 심지 않고 시간 간격을 두어 여러 번 심기도 한다. 그래서 금년에는 나도 한 20여 개씩 3, 4주 간격으로, 5월부터 7월까지 네 번에 나누어 심어 차례대로 딸 생각이다.
옥수수는 섬유질이 풍부한 대신 상대적으로 칼로리가 적어 다이어트 식품으로 최고라고 한다. 그리고 옥수수수염은 차로 끓여 먹으면 당뇨와 신장에 아주 좋다고 한다. 그래서 옥(玉)수수라고 하는가 보다, 중국 사람도 옥미(玉米)라고 한다니 뭐 아주 좋은 것임에 틀림이 없어 보인다.
옥수수수염
자작 동시
검었다가 희어지는 건 할아버지 수염
희었다가 검어지는 건 옥수수수염
할아버지 수염은 보기 싫어
아침마다 깎아 버리고
우리 집 옥수수수염은
할머니가 곱게 모아
옥수수수염차 만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