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카페에서 체험한 텔레스크린
동네 산책을 하다 보면 무수하게 늘어나는 무인카페를 발견한다. 얼마 전까진 취향이 아니라며 지나쳐 왔다. 비가 오는 날이라 비를 피할 겸 한 번 들렸는데 구운 계란이 먹을만해서 그 후 몇 번 들렀다. 들릴 때마다 손님은 아예 없어 음산하다시피 했고, 선호하진 않지만 그것도 괜찮다 싶었다.
그러다 오늘 아침에도 가서 구운 계란과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불현듯 마이크로 웬 남자가 말을 해 오지 않는가. 처음엔 뭐지, 어디서 나는 소린지 했다.
먹은 계란껍데기는 유리 앞 오른쪽 쓰레기통에 버려달라고 방송을 한다. 왼쪽은 우산꽂이라며.
깜짝 놀라 두리번거렸더니 곳곳에 cctv 가 걸린 건 그렀다쳐도 방송 장치까지 되어 있었다. 누가 지켜보다가 내게 안내를 하고 있다.
40대 중반 정도 남자의 목소리였다.
혼자 있는 공간에 갑자기 나를 향해 들려오는 안내멘트! 순간 어땠을지 상상해 보라.
아니, 쓰레기통에 문구를 붙여놓지도 않고 갑자스런 스피커로 전하는 게 무엇이냐? 자신이 해야 할 기본 의무는 하지 않고 방문객에게 그런 요구를 하냐, 깜짝 놀랐다며 따졌다.
죄송합니다 라며 말을 끊긴 했는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내 말을 들을 수 있다니 상호소통이 되는 시스템이면 내가 아닌 다른 방문객의 대화도 경청하고 녹음되고 있다는 거다.
이거 망상인가? 허벅지를 꼬집었다. 아프다.
혼자 명상을 하고 있는데, 나의 고요한 흐름을 끊어버리는 이것 또한 불청객이 아닐 수 없다.
무례함이 과하다.
사업장에 가장 기본적인 것마저 해 놓지 않은 채, 불쑥 나타나 자기만의 시간을 누리고자 찾은 방문객의 시간을 방해하며 참견하는 것이다.
“이건 참견을 넘어 감시를 하는 텔레스크린이잖아. 저장되어 기록될 테고...”
기록을 보유한 자, 정보를 많이 가진 자가 권력자가 된다? 이거야말로 디스토피아다.
그가 원한대로 계란 껍데기는 오른쪽 쓰레기통에 넣었다. 지름 10센티 정도의 원형쓰레기통에 던졌는데 조준이 안 맞았는지 계란껍데기가 파손되어 바닥에 널브러졌다. 산산이 흩어진 내 마음을 표현하듯 말이다. 안경을 쓰고 있지 않은 탓이기도 하다.
다시 주워 담아야 할 이유는 찾지 못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예와 도리는 치렀다.
더욱 씁쓸한 건 옹색하리만치 수동적인 이런 저항밖에 할 수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