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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Blu Mar 11. 2024

20대가 파이어족을 꿈꾸게 된 이유

3. 대리님, 제가 뭘 그렇게 잘못했나요?

대리님, 제가 뭘 그렇게 잘못했나요. 

 회사에 처음 입사했을 때만 해도 희망에 가득 차 있었다. 이곳에서 안정적으로 월급을 받고 저축도 열심히 하면 어릴 적부터 끔찍하게 날 괴롭히던 가난이 사라질 거라 믿었다. 입사 전, 어리숙한 나를 동료로 맞이할 그들을 위해 손 편지를 써서 유명한 카페에서 산 음료에 부쳤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다잡고 출근을 한 곳은 동료가 셋 뿐인 영업점이었다. 옆자리엔 나보다 17살 정도 많은 남자 사수가 앉았다. 나의 입사선물을 든 그는 손 편지를 쳐다보며 말했다.      


이거 내용 다 다른 거야?’     


내용이 다르진 않았다. 20개 정도 썼으니 어찌 다르겠어.     


‘그럼 프린트하는 게 효율적이지 않니?’      


그때 느꼈던 싸한 기분은 요행이 아니었다. 오히려 폭언의 시작이었을 뿐.      


‘사실 우리가 널 가르쳐야 할 필요는 없어. 네가 하는 거보다 그냥 내가 처리하는 게 빠르니깐.’      

‘점수로 치면 넌 마이너스야, 지금’     

‘관두고 구글이나 카카오를 가. 여기 다니는 사람은 다 노예다.’     


 난 그분의 시답잖은 젊은 시절 나이트 원정을 들으며 이직을 진지하게 고민했다. 한편으로는 사람 때문에 힘든 일이니깐 버텨봐야 하는 건가 싶었다. 그렇게 나는 자주 바닥으로 내려갔다. 관두고 싶어질 때마다 취업소식에 함박웃음을 짓던 어머니의 얼굴이 떠올랐다. 사장과 싸울 때마다 일을 그만두던 아버지가 떠올랐다. 나를 든든해하는 취업준비생 오빠, 취업 후 눈물을 흘리며 막내를 자랑스러워하던 언니, 집에 오면 짖는 강아지도 생각났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를 악물고 버텼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건 잊었다. 나쁜 감정을 담고 있지 않기로 했다. 나에게 좋은 게 없으니깐. 누군가는 퇴사해란 말을 쉽게 내뱉지만, 나는 알고 있다. 그게 얼마나 힘든 결정인지. 책임이 붙을 때 우린 더더욱 망설이게 된다. 그건 우리가 어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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