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Tokyo TRANOI
도쿄여행 5일 차. 마지막 날이다. 어제도 들렸지만, 중국인 친구(Dino)가 그동안 준비했던 옷들을 패션트레이드쇼에서 선보인다고 하여 오늘 공항에 가기 전 들렀다 가려고 한다. 그리고 유학생활을 같이 보냈던 친구들도 오늘 오기로 해서 잠깐이라도 보고 가려고 한다.
이번에 도쿄에서 개최하는 패션레이드쇼는 TRANOI라는 트레이드쇼인데 파리를 베이스로 하다가 이번에 처음 도쿄에서 개최한다고 한다. 내가 먼저 도착해서 Dino와 트레이드쇼에 관해서 대화를 하고 있었다. 여러 바이어가 관심을 보였고, 특히 이번에 중국 아디다스와 콜라보한 제품이 많은 인기가 있다고 했다.
오랜만에 친구들을 보는 거라 신기하기도 하고 설레기도 했다. 내가 다닌 학교는 전 세계에서 공부를 하러 온다. 때문에, 졸업 후 대부분 각자 자기네 나라로 돌아가기 때문에 친구들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내가 처음 유학생활을 시작했을 때 나는 영어를 한마디도 못했다. 다행히 착한 친구들을 만나 같이 놀러 다니기도 하고 공부도 하면서 영어가 많이 늘었다.
그렇게 서로가 힘들 때 많은 도움을 주고받았던 친구들은 오늘 만난다. Cindy와 Nhan이 오늘 Dino의 부스에 오기로 했다. Dino와 대화를 하고 있을 때 Cindy와 Nhan이 왔다. 5년 만에 보는 그들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뭐랄까? 원판은 그대로인데 외부 적인 요소가 달라진 느낌?
나는 보통 학생들과는 다르게,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유학을 갔기 때문에, 다른 학생들보다 나이가 많은 경우가 많았다. 내가 Cindy를 처음 본 날은 Dino가 학생 기숙사의 홈파티에 초대했을 때이다. 홈파티에 갔을 때 여러 중국 친구들이 있었지만 Cindy는 같은 학교였고, 나와 같은 패션 계열을 전공했기 때문에 친해질 수 있었다.
그때 Cindy는 정말 어린 소녀 같았다. 나이는 20살 초반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특히 왜소하고 작았기 때문에 더 어려 보였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다시 만난 Cindy는 더 이상 빼빼 마르지 않았고 더 성숙해 보였다. 과거의 어린애 같은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대화 도중 내가 직접 말하기도 하였다. 너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고, 그러자 Cindy는 30살 가까이 되었다고 하였고, 나는 벌서 그렇게 되었나 하고 세월의 빠름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도교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서 생각해 보니 Cindy를 만났을 때의 경험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타임머신을 타면 이런 느낌일까? Cindy의 20살 때를 보고 마치 타임슬립을 해서 현재를 보는 느낌? 얼마 전 10년 넘게 못 보던 고등학교 동장을 우연히 한 식당에서 만났을 때도 이런 느낌이 들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이가 들어가는 게 아닌가 싶다. 생각해 보라 어렸을 때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생활하는 반경도 한정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정적인 친구와 매일 같이 만나 공부하고 놀 수 있는 기회가 많다. 하지만, 나이가 점점 많아질수록 생활 반겨과 만나는 사람들이 다양해지고, 더 나아가서는 살던 지역을 떠나 아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살아가면서, 어렸을 때 친구들을 오랫동안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생각해 보니 외국 친구들만 자주 못 보게 되는 게 아니었다. 한국의 친구들도 나이가 들면서 각자 하는 일이 있고 바빠지면서 점차 볼 수 있는 시간이 없어진다. '타임슬립'은 어렸을 적 친구들과 놀던 소중한 추억을 떠올리면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현상일 것 같다. 하지만, 진정 소중한 사람이 있다면, '타임슬립'을 했다는 느낌이 들이 않을 정도로 가끔씩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