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01 도쿄로 떠났다.
영국에서 대학에서 같이 공부했던 중국 친구에게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도쿄에서 열리는 TRANOI라는 패션트레이드쇼에 참가하니, 시간이 되면 오라는 것이었다. 나는 마침 그때 여행 계획을 세우려던 참이어서 여행지를 도쿄로 정하기로 마음먹었다.
2023년 10월 8일 나는 친구들과 가평으로 바이크를 타고 라이딩을 갔다가 발목이 골절되는 큰 사고를 당했다. 수술을 3번 하고 마지막으로 6개의 핀을 발목에 박아두고 1년이 되는 날 핀을 뽑는 수술을 할 예정이다. 그 1년이 바로 다음 달(2024.10)이다. 핀을 뽑는 수술을 하면 1달 정도 발을 디딜 수 없다. 그동안 향상해 놓았던 발의 기능이 이 저하될 것에 대비하여 수술 전 최대한 많이 발을 사용하려 한다. 또한 수술 잘 못 움직이기 때문에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던 것이다.
발목을 다치고 나서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가려고 하니 겁이 나는 건 확실하다. 하지만, 만약 내가 그 먼 곳까지 무사히 다녀온다면 나는 내 발목 상태에 대한 신뢰가 생길 것은 확실하다. 지금까지 일부러 발목 상태를 실험하기 위해 서울 곳곳을 일부러 걸어 다니곤 하였다. 나는 내 발목이 더 괜찮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더 넓은 곳으로 가 실험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래서 난 도쿄로 떠났다.
도교로 떠나는 첫날이 가장 걱정스러운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다친 후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가다 보니 많이 걸어 다니면 다리 상태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말이다. 이러한 걱정을 안고 무사히 비행기를 타고 예약한 airbnb까지 도착해서 짐까지 잘 풀어놓았다. 이때까지도 발의 상태는 괜찮았다. 나는 바로 동네 산책을 나섰다.
내가 도착했을 때는 태풍의 끝 자락이 일본 열도를 지나가고 있던 시기여서 부슬비가 가끔씩 내리고 소나기까지 내리기도 했다. 다리를 다치기 전 비 오는 날 뒷산에서 트레이킹을 즐겼었다. 그렇게 때문에 방수 소재의 바람막이를 입고 도쿄의 빗속을 걷는 것이 반갑기도 했다. 동네를 구경하다가 역 앞에 유난히 반짝이는 식당을 발견하곤 들어가서 탄탄멘 한 그릇을 했다. 얼큰하고 몸을 따듯하게 해 주어 아주 맛있게 먹었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도쿄여행의 첫 여행코스는 아사쿠사와 스카이트리로 정했다. 아사쿠사와 스카이트리의 야경이 볼만했다는 정보를 블로그에서 찾았기 때문이다. 다리상태를 실험해 보기 딱 좋은 코스라고 생각했다.
우선, 지하철을 타고 아사쿠사로 떠났다. 아사쿠사역으로 나와 바로 졸 수 있는 정문은 환하게 밝혀져 있어서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일본의 신사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냥 의미 없이 야경을 보러 간다면 추천한다. 낮때와는 다르게 사람도 적고 곳곳에 조명이 켜져 있어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비 까지 온 뒤라서 더 좋았던 것 같다. 아사쿠사의 계단에 앉아 한참을 쉬었는데 야경도 예쁘고 빗소리도 좋고, 무엇보다도 많이 걸었음에도 다리가 아프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사쿠사에서는 스카이트리가 바로 보였다. 그냥 보고 따라가면 되었다. 가는 도중 소나기도 내렸지만 다리밑이나 공원에서 잠시 쉬어 가며 도쿄의 비 오는 야경을 감상했다. 도쿄여행 첫날 많이 걱정하였지만 생각했던 것만큼의 큰일이 안 생겨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내 몸을 신뢰하는 방법은 직접 부딪쳐 내가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직접 알아보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지금과 같이 갑작스러운 어려운 이 닥쳐도 나를 신뢰하는 단단한 마음을 쌓아 해처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