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강목해변
때가 되면 배가 곱아오듯이. 때가 되면 바다가 곱아온다.
바닷가를 잊고 바쁜 사회에 찌들어 있어도 가끔 파도 소리와 형상이 보이는 듯 바다가 그리워질 때가 있다. 회사를 다닐 때 에는 어쩔 수없이 생각이 나도 시간 나면, 바다에 가야지 하고는 잊어버리고 만다. 하지만, 이번엔 파도 소리가 생각난 바로, 다음날 강릉으로 가는 KTX티켓을 끊어 버렸다. 숙소와 관광지는 뒷전이었다. 오로지 바다가 이번 여행에서는 첫 번째였다.
바다가 곱아지는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인간은 원래 자연을 좋아한다는데 그래서일까? 아니면 파도소리는 지친 내 마음을 달래주는 능력이 있나? 인간이 엄마 배속에 있을 때, 양수에 쌓여있어 물을 본능적으로 좋아한다는 것을 들어본 적 있다. 아기들을 물에 빠뜨리면 수영하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그만큼 인간은 물과 친한 존재인가? 이건 모두 근거 없는 내 추측이다.
내가 바다가 곱은 이유를 논리 적으로 설명하려면, 정신과의사나 과학자와 상담을 받아봐야 할 것이다. 아니면, 인간이 바다를 좋아하는 이유를 찾아보던지. 이번 일본 여행에서도 편도 2시간 정도 걸리는 가마쿠라라는 바닷가 마을을 다녀왔다. 영국에 있을 때에도 모래가 아닌 자갈로 덮인 비치가 있는 브라이튼이라는 바닷가 마을을 답답할 때면 다녀오곤 했다. 세계 어느 바닷가를 가도 그곳에 온 사람들은 좋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남이야 어떻든, 과학적으로 인간이 바다를 좋아 하건 말건, 나는 그냥 바다가 좋다. 강릉에 가면 '강목해변'이라는 곳이 있다. 강릉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풀고 그곳으로 향했다. 바다가 곱았기 때문이다. 철썩 철석 하는 파도소리가 내 귓가에 맴돌고, 역동적인 파도는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그래서 편의점에서 맥주 한 캔을 사서 해변에 앉아 반나절은 머물러 있었다. 또 보고 싶을 까봐 동영상 녹화까지 해왔다.
곱아온다는 것은 내가 무언가를 원한다는 것 같다. 배가 곱은 이유도 내가 에너지로 쓸 연료(음식)가 필요했기 때문이 아닌가? 앞서 언급했듯이, 바다에 가면 파도소리와 시각적으로 탁 트인 바다 그리고 역동적인 파도를 볼 수 있다. 또 추측해 보는 바 나는 시각과 청각 적인 무언가가 필요해서 바다를 곱아하는 것 아니겠는가?
혹은 배가 고파 먹은 음식이 에너지를 발생시켜 인간이 움직일 힘을 얻을 수 있듯이, 바다에 가서 눈과 귀로 담아 온 요소들이 내 마음을 달래줄 에너지가 되어 다시 살아갈 힘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나는 바닷가를 가서 파도를 보고 소리를 들으면 그냥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다.
여러분도 재가 녹음한 영상을 시청하고 편안한 마음을 가졌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