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공간에서 공감하다

의지하면서

by 조원준 바람소리


천국의 저쪽 편에는 '무지개다리'라는 곳이 있습니다. 지상에서 사람과 가깝게 지내던 동물이 죽으면 그들은 무지개다리로 갑니다.


[...]

그 후에 그곳에서 죽기 전까지 애지중지 키워줬던 주인을 기다리면서 다시는 떨어지지 않을 것을 약속하면서 그리고 이제 둘은 같이 저기 있는 무지개다리를 건넙니다.




미상작가가 쓴 '무지개다리' 글을 읽으면서 머지않아 저 세상으로 갈 우리 애들을 생각하니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집에서 오래전에 두 아이(몰티즈)를 저 세상으로 보낸 후 다시 또 종(種)은 다르지만 두 아이(치와와)를 키운 지도 17년이 넘고, 그 전의 아이들까지 30년이 가까이 되도록 키우면서도 무지개다리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내 아이들 둘은 지금으로부터 17년 전인 2006년에 태어난 애완견으로 사람의 나이로 따지면 올해 99세이며 초고령의 나이가 된 셈이다.


오누이 중 오빠는 5년 전에 백내장이 와서 지금은 시력을 잃음과 동시에 청력도 거의 잃었고, 동생은 작년부터 노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더니 건강상태가 점점 나빠지고 있다. 기침이 심해진 몇 년 전부터 심장약을 먹이지 않았으면 지금까지 곁에 있지는 않았겠지. 이제는 저 하늘 위에 떠있는 무지개다리를 생각하곤 한다.


치와와가 다른 종에 비해 사람을 잘 따르지도 않지만 동생이 유독 까칠한 것은 겁이 많아서 자기 방어차원에서 가까이 오는 것을 몹시 경계한다.


어릴 적에는 오빠가 근처로 지나가기만 해도 금방이라도 물듯이 이를 드러내며 "그르르릉~" 거리면서 까칠하게 굴던 동생이었다. 요즘에는 먼저 다가가기도 하고 오빠가 보이지 않는 눈으로 걸어 다니면서 자고 있는 자기의 머리를 밟고 가는대도 별로 놀라지도 않고 머리만 가볍게 털고서 다시 머리를 뉘어 잠을 청한다.


서로 늙어가는 처지를 알까? 아니면 오빠처럼 동생도 시력과 청력이 둔감해진 걸까 이제는 서로에게 의지하면서 오붓하게 잘 지내고 있다.


내가 모시고(?) 사는 내 아이들의 생노병(生老病)을 지켜보면서 그 과정이 우리네 삶과도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을 해보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됨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얼마나 소중한 일임을 깨닫는다.

2023.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