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삶의 공간에서 공감하다

향수(鄕愁)에 젖다

by 조원준 바람소리


올여름은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혹독한 무더위였다. 달도 차면 기운다고 기세등등한 폭염도 한풀 꺾여 조석으로 달라진 바람과 높아진 하늘, 그리고 풀벌레 소리가 자못 커진 가을의 중간쯤에 와있다.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높고 파란 하늘을 바라본다. 저 하늘에는 고향에는 살아계시지는 않지만 부모님을 볼 수가 있고, 웅얼거리면서 대화를 나눈다.


고향은 때가 되면 그리운 곳이다.

부모님의 품속 같은 곳, 눈을 감으면 높아진 가을 하늘과 분간하기 어려운 파란 바다가 보이고 그곳에서 함께 뛰놀던 옛 동무들도 보인다.


가끔씩 고향에 내려가면 큰 산과 바다는 그대로이나 변한 것들이 있다. 살던 집 근처의 골목길이 없어지고 주차장으로 바뀌었거나 길을 가도 아는 사람이 드물어서 고향에서 느끼는 낯설음이다.


변해버린 고향은 타향 같지만 그래도 고향 생각하면 눈물이 나고, 내가 죽으면 내 영혼을 편안하게 눕히고 싶은 곳이다.

.

.

.


여수(旅愁)...


초등학교 때 형들 따라서 곧잘 불곤 했던 노래다. 또 대도시에서 유학 시절에도 가을이 되면 잔잔하게 휘파람 소리 내어 부르던 노래가 조금씩 늙어가는 시절에 다시 입에 붙는다.


깊어가는 가을밤에 낯선 타향에

외로운 맘 그지없이 나 홀로 서러워

그리워라 나 살던 곳 사랑하는 부모 형제

꿈길에도 방황하는 내 정든 옛 고향


-깊어가는 가을밤에 / 미국민요




가끔씩 갈 때마다 겉모습은 낯설지만

뿌리는 흔들리지도 사라지지도 않아서 마음은 늘 그곳을 향한다.


2025. 10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