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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사자성어

테고지상

by 조원준 바람소리
테고지상 - 테니스의 고수가 될 상


클럽의 어느 회원이 게스트로 한 분을 모시고 왔다. 나이 50을 넘어서 테니스 라켓을 잡고, 이제 10여 개월을 갓 넘겼다고 한다. 클럽에 방문을 하고 싶었던 이유는 잘 치는 상급자의 볼을 보고 싶어서 왔다지만 내심은 상급자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노력만 하면 단기간에 저 정도 실력을 갖출 수가 있을 거야~!!!' 하는 숨겨진 자신감이 언뜻 느껴진다. '호연지기'라고 해야 하나? 저런 생각을 품었던 때의 나의 초보 시절이 떠올라서 모를 미소가 생긴다.


한 게임을 하는데 짧은 기간에 집중해서 배웠는지 전후좌우로 부지런히 뛰어다니면서 볼을 그런대로 넘기는 모습을 보면서 '조금 더 이른 나이에 테니스를 배웠 더라면 기량 향상의 속도가 더 빨랐을 것을...' 하는 생각이 든다.


빠른 발놀림과 민첩한 동작으로 부지런히 볼을 넘기지만 거침없는 스윙에서 에러가 나올 때마다 고개를 갸웃거린다. 아마 그 의아심은 볼 처리가 의도대로 되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타구 후 본인이 원하는 대로 가야 하는 볼이 네트에 걸리고 라인 밖으로 훨씬 벗어나니 그 원인을 도무지 모르겠다는 표정이 수차례 나온다.


왜 마음대로 안 될까?...

왜 그런지는 아직 모를 시기지...


치면 칠수록 또 알게 되면 알아 갈수록 어려운 운동이 테니스다. 혹시 테니스를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 어려움을 깨닫기까지 얼마나 걸릴까나...


테니스는 나 홀로 열심히 물살을 가르면서 시간을 단축시키는 수영이나 힘을 키워서 들어 올리면 무게를 더할 수 있는 역도의 기록경기처럼 수치로 따지는 운동이 아니다. 골프와 서로 비교될 정도로 다양함이 요구되는 참으로 어려운 운동이다. 그분은 운동신경이 남다르다는 자신감만 가지고 덤비는 건 아닌지...




실력이 더 이상 늘지 않고 한계점을 보이는 것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운동에 천부적으로 소질 있는 사람이 자신감 하나로 독학을 하는 경우와 또 하나는 시간과 금전을 아무리 투자해도 정말 자질이 없는 사람의 경우가 그렇다.


내가 봤을 때는 그분은 첫 번째에 속하는 테고지상이다. 운동에 소질이 다분하여 좋은 조건을 갖춘 사람임에는 확실하다. 그러나 테니스를 쉽게 생각하는 그릇된 자신감이 오히려 장애가 되어 올바르게 커갈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생긴다.


자신감만 가지고서 홀로서 배우는 독학도 좋다. 하지만 시간과 금전을 투자해야 제대로 배울 수가 있고 테니스의 묘미를 느낌과 동시에 기량 향상에 속도를 낼 수가 있는 것이다.


저 상태로 시간이 흐르면 나중에는 게임을 잘하는 막 폼의 어르신은 되겠지만 귀감이 될 만한 테니스는 글쎄?라는 생각이 든다.




테니스에 입문하는 많은 테고지상에게 전해본다. 타고난 자질은 단지, 남보다 나은 조건일 뿐 그 조건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좋은 지도자를 만나서 기초부터 제대로 학습을 해야 나중에 진정한 고수가 되는 법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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