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테니스장에는 구장 관리 겸 레슨을 업(業)으로 하시는 부부 코치선생님 계셨습니다.
남자 코치선생님은 이 고장 선수출신의 절친한 선배님으로 백핸드슬라이스가 주특기인데 마치 레이저 검에서 뿜어 나오는 한줄기 광선처럼 일순간 상대 코트 깊은 곳으로 낮게 깔리는 공포의 샷입니다.
그 멋진 샷을 보고 있노라면... 남자가 남자에게 반할 때는 이런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아마 예전에도 그 모습에 반하고 그 잔상이 강렬하게 남아서 제가 테니스에 입문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 선배는 능력도 좋아서 주니어 국가대표 출신에다 미모까지 겸비한 분을 반려로 맞이해서 두 분은 맞벌이 잉꼬부부코치입니다.
레슨코트의 풍경은...
코치선생님이 레슨회원 한 사람씩 맡아 볼을 던져주면서 구호를 내리고, 지시대로 볼을 따라 열심히 움직이면서 마시고 뱉는 거친 호흡소리와 레슨을 끝낸 몇 사람은 쭈그려 앉아서 여기 저 기 흩어진 공을 모아서 라켓 위로 담아서 광주리에 부어 나르고, 다음 대기자는 한쪽 구석에서 어색한 모습으로 스윙연습을 하고 있는, 운동의 열기로 가득합니다.
'음... 저분 스윙하는 폼이 많이 뻣뻣하군!!...' (갓 입문한 왕초보 주제에 남의 자세를 평가합니다~ ㅎ)
내 차례가 와서 첫날 첫 샷은 포핸드스트로크 스윙연습부터 시작되었는데...
"자! 잘 봐봐~~ 하나! 하면~ 요렇게 해라이~~"
"왼 발이 45도 앞으로 나감 서어~~
오른 손도 자연스럽게 뒤로 가! 이것이 백스윙이여~"
"둘은 손목 그대로 유지함시로(하면서) 앞으로 이동!"
"아야~ 허리 좀 써라 머시기 팔로만 치면 공에 힘이 안 실리제이~" "셋은... 이 상태 그대 로오~ 팔 안쪽 턱까지 닿게끔 화~악 땡겨서 팔로쓰루 끝까지 가부러~ 끝까지 쭈욱-- 뻗고 왼손은 라켓 목을 잡어~~!!!"
"알거찌야?(알았냐?)
그라믄 그대로 내가 한 거만치로(한 만큼)
뽄 따라서(똑같이) 니 혼자 해봐라이~~"
'?.........................'
"오~매~~ 니 그립을 어트케 쥐부렀냐?
너는 전천후 컨티넨탈 그립이 맞꺼따야(맞을 거야) 요렇게 거시기 중간으로 잡고~~"
"다시 해보자 자! 하나아~~!"
"잠깐잠깐~!! 아~따 그 거시 아니어어~~ 그랑께 왼 발이 앞으로 나갈 때 무르팍(무릎)을 좀 꾸부리고야 앞을 봐야지에~~"
그 구식 방법(?)의 레슨은 지금 생각하면
크로즈 스탠스 자세와 샷의 기본이 되는 플랫 성 타법을 가르치는 것 같았습니다.
볼은 만지지도 못한 채 하나! 둘! 셋! 만 지겹도록 반복하면서 시간이 다 될 무렵에 그 형은 나를 부르더니 라켓 한 자루를 바닥에 뉘더니 그 위로 공을 바운드시키면서 네트 넘기는 타구 동작을 연습시킵니다.
‘오~! 드디어 공을 치는구나.’
음... 타고난 신체조건에 평소 동물적인 감각의 뛰어난 운동 신경과 천부적인 소질을 바탕으로 뭔가 보여줄 테니스 신동 탄생을 알려야지...(흐흐흐)
득의만만한 그 웃음은 불과 몇 초도 안 되어 싸악 가시고 건방진 생각은 차츰 부끄러움으로 변해갑니다.
뻥-뻥-뻥--- 고액연봉의 야구선수도 아닌데 쳤다 하면 2루타와 간간이 담장 쪽으로 뻗는 홈런 성 타구...
'허... 왜 이러지? 뭐가 잘못 됐을까?...'
"오늘은 여기까지 하지아 어쩌냐~ 할 만하냐~"
"쉬운 거 아니여어~ 앞으로 당당 멀었다 아~~ 니는 운동신경이 있응께 잘할 거다"
저 소리는 위로의 말인지, 정신 똑바로 차리라는 소리인지 나의 레슨 첫날은 품었던 희망에 다소의 막연함을 느끼면서 지는 해 등지며 집으로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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