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리듬 속에서...

눈 오는 날의 여유...

by 조원준 바람소리


연휴를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와 올해 마지막 달인 12월의 달력을 보니 맨 아랫줄에 달랑 남은 5일이 파장인 생선가게에서 처분만 기다리는 마지막 떨이 고등어처럼 보인다.

살아가노라면 우리에게는 다 소중한 날,,,

어찌 생각하면 마지막 남은 며칠이 흘러간 세월을 정리해 보는, 참으로 의미 있는 시간이 아니겠는가?...


3일간의 황금연휴 시간을 오로지 나!, 테니스로만 할애한 이기심 때문인지 3일만큼은 운동하기엔 좋은 날씨는 아니었다...(아내의 기도가 먹혔나?... ㅎㅎ)


성탄절엔 오후부터 내리는 비 때문에 코트를 일찍 떠나기에는 아쉬움이 남았던 시간이었고 다음 날은 맑았으나 겨울 코트 어디 쉽게 마르던가? 언 땅 녹아 군데군데 질퍽거려 마음 또한 시무룩해졌었고, 연휴 마지막 날은 예보보다 빠르게 흩날리는 눈을 맞으며 코트에 나선다.


내리는 눈 그치기를 기대하면서 밑 빠진 독에 물을 채우는 심정으로 쌓이는 눈 넉가래로 밀고, 브러시로 쓸고 또 쓸고 하였지만 하늘을 이겨보기에는 역부족... 결국, 테니스를 포기하는 씁쓸한 심정을 눈으로 덮으면서 집으로 향한다.


도로에 수북이 쌓인 눈이 세밑 한파에 엉켜 빙판이 돼버렸고 미끄러운 길바닥에 드러누운 배달 오토바이를 바라보니 차를 두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그칠 줄 모르는 눈을 맞으며 걷는다. 주위 가로수의 겨울나무에도, 작은 공원의 벤치에도 수북이 쌓여 온 천지가 하얗다. 뽀도독거리는 보도블록을 밟으면서 버스정류장으로 간다.

버스를 기다리면서 하얀 세상을 바라보니 전엔 조금 늦으면 생겼던 추운 날의 은근한 짜증이 사라지고 마음이 느긋해진다. 이런 날의 감상은 나만의 사치일 수도 있고 눈이 오면 많이 불편해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조금은 미안하기도 하지만 그들 모르게 나만의 여유를 잠시 누리고 싶다.


하얀 세상 위에서 엉금엉금 기어가는 거북이 모양 조심스러운 운전으로 길게 늘어선 차들, 노란 중앙선이 없어지고, 횡단보도의 피아노 건반 같은 직사각형 굵은 선도 사라졌다. 길을 막는 고장 차 뒤로 빵빵거림도 없고, 접촉사고가 났는데도 서로에게 따지지도 않은 거 같다.


선이 없어져 무너진 경계가 그냥 괜찮아 보이고 현대인으로 살아가다 보면 질서유지를 위해서 지켜야 할 약속과 규범의 틀에서 잠시나마 벗어난 것도 역시 그렇다. 또 시시비비를 따지기보다는 내 의지와는 무관하게 어쩔 도리가 없는 상황이라 그런지 서로의 걱정을 묻는 모습이 훈훈해 보인다.



눈 오는 날에...


운동을 못했던 어지러운 마음을 접고,

잠시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것은 모든 것을

덮어주는 눈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