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닮은 테니스

코트의 바보

by 조원준 바람소리


시절이 하절기라 낮이 길어 퇴근 후 서두르면 코트에서 한 시간 정도 운동할 수 있다. 집에 도착해서 운동복으로 갈아입는 속도가 5분 대기 전투 조와도 같다.


여름 해는 중천을 진즉 벗어나 서쪽을 향하여 비스듬히 있고 해름에 어두워지면 운동시간이 부족할까 봐 시간을 재촉하여 총총걸음으로 테니스장 문을 열고 들어가니 사람이 부족했는지 세 사람으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는다.

이열치열이라고 상대방과 주고받는 20분 정도의 스트로크 랠리는 몸 전체의 땀구멍을 열어놓아 땀이 흐른 만큼 맑아지는 머릿속은 운동이 주는 최대의 수혜다.


몸을 충분하게 푼 다음 잠시 후 한 경기를 시작한다. 상대 팀은 몇 달 전에 가입한 신입회원이지만 구력 30년이 넘었다는 50대 중반 분이었는데 아직은 낯선 코트와 사람들에게 적응이 안 됐는지 에러가 잦아서 우리 팀은 이에 편승하여 게임을 쉽게 풀어간다.


게임 스코어 5:2가 되고 45-15으로 매치포인트가 되자 낙승을 예상했는데 웬걸? 듀스까지 가고 한 게임을 내주어 게임 스코어가 5:3이 되면서 분위기가 서서히 반전되어 몸이 조금씩 경직되는 느낌이 온다. 결국, 5:5 타이브레이크까지 가서 지고 말았다. 굳이 패인을 찾으라 하면 바로 나 때문이라고 본다.


게임이 진행될수록 노련함이 돋보이는 50대 분은 체구는 왜소하지만 발리를 주 무기로 삼아 빠른 발로 움직이면서 예측하는 발리 샷은 스피드가 떨어진 나의 톱스핀 드라이브 볼을 가볍게 터치하면서 잘도 차단하건만 초지일관 한 곳으로만 보내는 나의 스트로크는 멍청하기 이를 데 없다.


손자병법에도 “화력이 강한 적에게는 정면공격보다 우회하라”는 전술도 있듯이 막히면 로브 샷으로 흔들어 보기도 하고 약한 상대에게로 방향을 바꿀 만도 한데 번번이 수비에 막혀 오기가 발동했다. 한 곳으로만 집중했지만 그 샷이 통할 리가 만무하여 스스로 몸과 마음에 불편한 부담을 만들면서 자멸을 자초한 것이다.




복식경기 중에 가끔 실력으로 통하지 않는 상대를 만나기도 한다. 한번 맞서보자는 도전정신은 높이 사지만 상황에 맞지 않는 무의미한 도전은 고집과 오기불과하다.


런 행위는 전력을 약화시키는 큰 요인인데도 알면서도 고치지도 않고 반복하는 것은 딱 바보나 하는 짓이라는 생각이 든다.


2006. 7

수,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