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의 추억 속에서
모 방송국의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에서 2010년 1월 23, 30일 2주에 걸쳐 여자 페더급 WBC 세계챔피언인 최현미 선수의 투혼이 방송되었고, 이를 본 나의 눈시울을 자극했다.
지금은 비인기 종목이 돼버린 복싱이지만, 70년대 세계타이틀 빅 매치가 있는 날이면 삼천리 방방곡곡 가가호호마다, 또 밖으로는 다방, 만화가게 흑백 TV 앞에 온 동네 사람들을 불러 모아 전국을 들끓게 했던 이벤트 경기였음을 당시를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그 누구도 부인하지는 않을 텐데...
김기수 선수 이후 4전 5기의 신화를 창조한 홍수환 선수의 두 번의 세계 타이틀을 시작으로 유재두, 염동균, 박찬희, 박종팔, 김태식, 장정구, 유명우 등은 복싱의 전설로 남은 선수들이다.
프로복싱 황금기에 셀 수도 없는 수많은 도전과 방어전을 보면서 애국심을 불러일으키고 두 주먹을 불끈 쥐게 하는 삶의 법칙에 대한 어떤 힘이 느껴지곤 했었다.
어쨌건, 한국의 최현미 선수는 상대편 일본의 쓰바사 덴쿠 선수를 맞이하여 집념 대 집념의 싸움을 펼쳤고, 그렇기에 승부의 승패보다 링 위에서 서로 집념을 위해 펀치를 날리는 순간순간이 진지하고 경건하여 韓-日戰이면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이 두 복서의 대결을 보면서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펼쳐지는 장면들이 감동의 드라마처럼 여겨졌고 무엇보다 치고받고 얼굴은 붓고 망가지는 가운데서도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두 여자의 치열한 싸움을 보면서 '나의 인생에 나태해진 부분은 없는가.' 하는 삶의 고백이 뒤따른다.
소설이건 영화건 드라마건 간에 자신의 삶의 한 부분을 환기시키고 인생을 비추어 보게 만드는 건 위대한 작품들이 가지는 특질(特質)이다. 가녀린 여자들이 링에서 만나 상대의 얼굴에 팡팡 던져 대는 그 주먹들이 보는 이들의 가슴 깊숙한 곳에 잠이 들듯 묻혀있는 오래된 정열이나 집념 같은 기억들을 두드려 댔던 것은 아니었는지?
과거나 현재나 우리네 삶처럼 치열할 수밖에 없는 사각의 링... 눈을 감으니 위빙과 더킹을 적절히 섞여 전후 스텝을 밟으면서 찬스 포착을 위해 상대에게 날리는 잽잽,,, 원투 스트레이트 슉슉--- 어퍼컷, 길고 짧은 훅 한 방~ 서로에게 결정타가 되는 크로스 펀치.
투혼을 불사르는 복싱에서의 동작들이 그려지면서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 동시에 필살기를 날리는 박중훈과 안성기의 펀치가 서로의 얼굴을 일그러뜨린 한 장면이 생각난다.
복싱에서 상대의 뻗는 힘을 이용한 크로스 펀치로 상대를 녹다운시키듯이 테니스도 상대 볼의 스피드를 이용한 효과적인 스윙으로 스트로크 에이스를 만들 수가 있다.
라이징 볼을 앞에 두고 '라켓 헤드 힘을 이용해 지나가는 스윙으로 타구해야 스윙 스피드가 빨라진다.'는 어느 고수님의 원 포인트 레슨을 상기시켜 본다.
스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