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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는 내 삶의 일부...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가자...

by 조원준 바람소리

요즘에 여성회원이 먼저 나와서 코트 면을 관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여자가 무거운 장비를 들고서 코트를 정리하는 일이 쉽진 않는데...’ 그분의 테니스 사랑과 배움의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35년 전 초보 시절 땡볕이 내리쬐는 여름날에 일찍 코트에 나와 두 면 브러시 하고 라인을 그어놓고서 누군가를 기다렸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테니스 코트는 표면(서피스)의 소재에 따라 클레이, 하드, 잔디(lawn)코트로 종류를 나누며 공의 바운드의 높이나 속도는 이 서피스에 의해 완전히 바뀌어 왔고, 날씨에 의한 영향으로 상태가 달라서 각 코트의 종류와 특성을 이해함으로써 테니스 플레이어들은 자신의 강점을 살린 플레이를 전개할 수가 있습니다.

그중에 클레이 코트는 관리가 필숩니다. 전날 운동 후 코트 바닥에 남은 운동화 자국들,,, adidas, nike, asics, vitro 운동화 밑창과 코트 면에서 마찰로 일어난 흙들이 어지러이 퍼져있습니다.


누군가가 와서 코트의 상태가 그대로인 채 운동을 하는 모습을 가끔씩 보면서 코트 면을 정리하고 안 하고는 의무나 강요할 사항은 물론 아니지만 테니스 인으로서 말끔하게 정리된 코트에서 운동을 하면 훨씬 더 낫다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다리미 깔판처럼 바닥이 고르니 불규칙도 줄이고, 선명한 라인을 보면서 거리를 예측하고 파워를 조절하고, 기분이 좋아지니 푸트워크도 가벼워지는, 그런 코트의 컨디션을 말합니다.



속담에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초보자로서 코트에 와서 맨 처음 코트를 정리하는 것은 좋은 습관입니다. 맨 먼저 나와서 묵묵히 코트를 정리하신 그분은 초보로서의 마음가짐도 바르지만 아마 세월이 많이 흘러서 상급자가 되어도 똑같은 마음으로 코트를 정리하실 것 같습니다.

내가 10분을 투자해서 서너 시간 동안 많은 분들이 좋은 코트의 컨디션으로 즐거이 운동할 수 있다면 보면서 누리는 행복감도 크겠지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사자성어가 '인지상정(人之常情)'입니다.


그 뜻은 '사람이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보통의 마음이나 감정...'으로 나와 있지만 제 개인적인 해석은 제가 남으로부터 따뜻한 마음을 전달받았다면 사람이라면 받은 만큼 돌려줘야 하는 인정으로 말하고 싶습니다.

기억도 아련한 초보 시절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먼저 나와서 코트 면을 말끔하게 정리하고 홀로서 서브 연습이라도 하고 있으면 제일 먼저 나타난 상급자 분이 저와 함께 연습 랠리를 해주거나 첫 게임이라도 잡아줬습니다.


그 상급자가 그런 마음이 생긴 것은 사람을 챙기는 타고난 인성이 우선이겠지만, 테니스 인으로서 초보자가 하는 모습을 보면서 기특한 생각이 들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라고 봅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보살피는 마음으로 하수를 지도하고, 하급자는 그런 마음에 보답하고자 테니스의 기본을 수행하고, 이렇게 계속되는 인지상정의 선순환이 훈훈한 테니스코트를 만들어갑니다.


202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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