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리듬 속에서...

고향에 내려왔습니다...

by 조원준 바람소리


타지 생활을 하다가 문득 고향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가곡이 "내 고향 남쪽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로 시작하는 '가고파'입니다.


고향은 그리움이며 늘 마음속에 내재되어 있는 어머니 품속 같아서 그런가 봅니다.




오랜만에 찾아온 고향은 아무런 이유 없이 반겨주는 부모님의 마음처럼 정겹고 아늑합니다. 산천은 오늘따라 하늘도 푸르고 바다도 푸르네요. 봄볕을 받아 산도 곧 푸르러지겠지요.

이제는 그리운 부모님은 뵐 수는 없지만 그 대신 어릴 적 추억을 함께 나누는 친구들과 살아온 세월만큼이나 느려터진 모노레일에 몸을 싣고서 하늘이 바다이고 바다가 하늘인 저 먼 곳에다 눈을 맞춰가면서 지나온 시절을 회상해 봅니다.

점심 후에는 명절라서 동창들이 모여있는 동창회 사무실을 방문하였습니다.


예전에 고향에 다닐 때는 몇몇 각별한 친구들 만났었지만 이번에는 동창생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지라 기억이 뚜렷하지 않은 친구들과 악수하면서 인사를 는데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서 대략 난감입니다. 50년이 지났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 얼굴과 이름이 흐릿하여 안한 마음을 애써 감추면서 반가운 척만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큰 바닥에는 윷놀이 판이 벌어지고 구석 원탁에서는 고스톱을 대신하여 카드를 제치는 훌라판에는 담배를 으로 마시는 폼이 타짜처럼 그럴듯합니다. 왁자지껄 소란 속에 주고받는 이야기들이 의미의 유무를 떠나서 간헐적으로 터지는 큰 웃음과 리액션이 사무실 공간을 차지합니다.


고향 친구들은 이래서 좋은지도 모릅니다.

허물없고, 심각하지 않고, 생각의 이면을 숨기지도 않고, 치아가 드러나게 크게 웃는 순수, 그 자체입니다.




상경길에는 공원묘지에 들려서 를 찾아 할머니 할아버지, 부모님께 인사를 올렸습니다.


고향에서 아무런 생각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지냈던 2박 3일과 다시 치열하게 살아갈 도시생활의 대조가 순간 무력감을 들게 하지만 그 지점에서는 늘 그래왔듯이 꿈에서 현실로 돌아가는 과정 같기도 합니다.


묘지 사이로 걸어오면서 심결에 좌우로 돌아보니 저 세상으로 먼저 가서 나란히 누워있는 망자들의 모습이 평온해 보입니다. 분초를 다투며 아등바등 살아가는 내 모습을 보며 "아무런 고통이 없는 우리들이 부럽지 않아?"하고 나지막하게 속삭이는 소리는 환청인 것 같습니다.


언젠가는 고향 속의 고향이 될 이곳에서 저들처럼 평안을 찾을 내 모습을 상상하면서 무거운 발걸음을 떼며 무려 450km나 되는 상경길에 오릅니다.

2024. 2. 10
갑진년 설날 아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