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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원준 바람소리 Jul 05. 2024

삶의 리듬 속에서...

치과 가는 길에서...


임플란트 시술 후 뭔가 잘못되었는지 이가 흔들거려서 A/S를 받으려고 서울로 가는 길...      

  

봄이 오기까지는 아직 몇 번의 추위가 더 남았을 텐데 전철을 기다리면서 괜한 설렘도 생기고 살랑대는 바람 얼굴을 어루만지니 初老의 신사가 봄처녀의 마음이 됩니다. 콩닥콩닥,,,     


환승역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니 한산한 시간이었는지 빈 좌석에 쉽게 앉아서 어젯밤 설친 잠에 눈을 잠시 붙여봅니다.      


잡다한 생각들이 스쳐가는 데 저 멀리서 하모니카 소리가 들려옵니다. 귀에 익은 멜로디... 서툰 솜씨지만 풍짝풍짝~ 반주까지 곁들이며 점점 가까워지며 들리는 곡...     


장님의 불안한 발걸음에 맞춰 지척에서 들리는 소리의 기억은 먼 옛날 어머님이 따라 불렀던 이미자 선생님의 가요곡 '울어라 열풍아...'이었습니다.     


“못 견디게 괴로워도 울지이 모타아고~

가는 님은 우스므로 보내는 마아아음~

그 누구가 알아주나 기매킨 내 사랑을~

우러라아 여어얼풍아~~~ 밤이이 새도로옥~~~~”     


천천히 지나가는 동안,,,

이미자 선생님이 목 놓아 열창하는 무대가 그려지면서 동시에 그리운 어머니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

.

.     


복잡한 지하철에서 앵벌이 하는 사람들을 가끔 봅니다. 어떨 때는 녹음기에 찬송가를 틀어대며 지나다니는 커플을 볼 때 소음으로만 여겨져 얼른 지나갔으면 하는 생각만 들었는데 오늘 지그재그로 걸으며 불어대는 하모니카 소리는 왜 이리 정겨운지요...  

   

그 소리에 눈 감아 그리움 한자락 잡으며 어머님을 생각하게 해주는 감사함이 들기에 플라스틱 작은 소쿠리에다가 천 원짜리 지폐 한 장을 가만히 넣어봅니다.    

 

200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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