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리듬 속에서...

어머님이 그립다...

by 조원준 바람소리

장모님을 집에서 모시니 돌아가신 어머님이 몹시도 그립다...




장인 장모님이 고향에서 사시다가 올 초 장인어른께서 90세의 일기로 먼저 생을 마치셨다. 그 후 홀로 되신 장모님은 큰 처남이 모시고 사는데 장인어른이 돌아가신 후 부쩍 수척해지셨다. 그 이유는 홀로 계셔서 그런지 드시는 음식이 부실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지대한 관심이 필요한 대목이다.


몇 달 전에 폐와 심장에 이상이 생겨서 지방의 병원에서 죽을 고비를 두 번 넘겼고, 돌아가실 것 같다고 하여 마지막으로 얼굴을 보기도 하였는데 85세의 고령임에도 위험을 무릅쓰고서 서울의 대형병원에서 대동맥 판막치환술을 무사히 마치고 건강을 회복 중이다. 심청이 못지않은 아내의 효심이 살려낸 것이다.


나날이 건강을 되찾아가는 장모님은 시골에서 손주들로부터 가끔씩 안부를 묻는 전화가 올 때마다 애들이 보고파서 고향으로 내려가고 싶은 생각이 더 간절하신가 보다. 도시의 생활이 갑갑하시겠지만 내려가시면 먹는 음식 때문에 건강이 악화될까 봐 여기 계시면 고향으로 가고픈 생각에 우울증이 생길까 봐 어느 자식이든 동시에 해결할 수가 없으니 고민스러운 일이다.


고민은 몇 해 전 어머님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집에 모셨던 상황과 같기 때문이며 당시 어머님께서 고향으로 가시자 얼마 후 섭생이 되지 않아 요양원에 계시다가 그곳에서 생을 마감했기에 때의 전철을 밟게 될까 봐 생기는 염려이다.



장모님과 함께 생활하다 보니 몇 해 전 어머님을 모셨던 일이 생각났다.


퇴근 후 집에 오면 침대 겸용 소파에 누워계시는 어머님께 다녀왔다는 인사만 하고서 내 시간을 갖는 것이 전부였다. 무뚝뚝한 나의 성격이 세상의 효자들이 보이는 다정다감과는 거리가 멀었

속 깊은 정이 있는 들 다 무슨 소용 있으랴 표현하지 않으면 孝도 사랑도 아닌 것을... 쑥스러움이 손발을들어 매니 어머님에게 참으로 야속한 아들이었다.


지난날 어머님께 그렇게 하지 못했던 것이 마음에 걸렸을까... 장모님께 아침에 다녀오겠다는 인사는 기본이고 퇴근길에 좋아하시는 간식거리라도 손에 쥐고서 전해드리면서 장모님의 야위어진 어깨와 발목도 만지면서 정감 있는 사위가 된다.


그럴 때마다 어머님이 새삼 그리워지면서 살그머니 방에 들어와서 눈시울 붉히고서 어머님을 찾는다.

“엄니 미안해... 너무 보고 싶어...”

“아가 나는 괜찮다 느그 장모님께 잘하는 것이 나한테 하는 것이여야~” 하고 귓전에다 속삭이듯 말씀을 하시는 것 같아서 더 죄스러운 마음이 된다.




장모님을 모시면서 어머님의 체온이 그립건만 이제는 느낄 수가 없다. 이번 추석에 성묘가면 납골관 차가운 돌이라도 따뜻하게 데워주고 와야겠다.

202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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