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고속도로 하행선 따라 고향 가는 길...
가을하늘은 구름 한 점 없으니 더욱 파래 보이고 들녘은 황금빛으로 변해갑니다.
추석 명절 상차림을 풍성하게 해 줄 오곡백과가 알차게 영글어가는 뭍의 산과 들을 한참 지나니 해안선 따라 꼬불거리는 도로가 나오고 저 멀리 바다가 보이기에 고향이 가까워져 차창을 열어 갯바람을 크게 마셔봅니다.
다도해 리아스식 해안 따라 남서로 올망졸망 섬들로 이루어진 곳, 쾌청한 날이면 제일 높은 산에서 제주도가 가물거리며 보일 듯 사라지는 무공해 청정지역인 고향에 도착하여...
그리운 형제를 만나고, 가는 세월에 고운 모습을 내줘버린 어머님께 큰절을 올린 후 점심 먹고 곧장 테니스장으로 갔습니다.
바닷가가 보이는 구릉 언저리에 자리한 코트 8면의 테니스장이 주말임에도 한산한 코트를 보니 이런 생각이 스쳐갑니다.
‘도대체 테니스보다 재미있는 게 뭐기에?...’
아직, 아무도 나오지 않은 코트에 17년 전, 초보 시절을 생각하며 브러시로 면을 고르고 라인을 긋고 있으니 사람들이 하나둘씩,,,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면면을 살펴보니,,,
당시 초등학교선수였던 아이가 20대 후반의 청년으로, 패기만만했던 청년들은 완숙기에 접어드는 40대 초반 중장년의 모습으로 변하여 군(郡)의 테니스 활동에 중심 역할을 하는 핵심 멤버가 되었습니다.
1990년 제가 테니스 입문 시 제 살생부에 적혔던 당시의 고수들,,, 그 형들은 오늘따라 한 분도 보이지 않아 물었더니...
“허리가 좋지 않아서 잠시 쉰답니다”
“사업상 많이 바쁜가 봐요”
“명절 상차림에 놓을 생선값이 하도 비싸서 직접 잡으러 낚시질 갔대요” ㅎ~
기타 사연들로 그 시절 그분들이 자주 나올 수 없는 얘기를 들으니 볼 수가 없음에 아쉬움이 가득합니다.
올 사람들은 다 왔다며 저 포함하여 10명의 인원으로 두 팀으로 나눠 오리구이 내기 이벤트 게임이 시작됩니다.
저는 오늘 나이는 최고령, 실력은 10명 중,,, 순위 10위 자격으로... 조카, 동생 같은 고수들 틈바구니에서 오리고기 맛보기 전에 볼 맛부터 봅니다.
광주에서 열렸던 브라운 배 전국대회 준우승자, 도민체전 후보, 중학교까지 선수로 활동했던 청년들의 볼 다루는 실력을 보니 파워풀한 샷만이 아니라, 노련하고 또, 굉장히 쉽고도 여유롭게 치는 광경이 신선한 자극입니다.
팡팡팡-------------------
고수들 틈에 끼여 치른 이벤트 게임 전적 1승 2패로 세 게임을 하면서 조언도 듣고, 몇 수 잘 배웠습니다.
‘약한 리턴 볼도 서브&발리어를 힘들게 할 수 있다.’
‘스피드가 떨어져도 각도를 주는 서브는 리시버가 함부로 공략을 하지 못한다.’
‘상대에게 찬스 볼을 줬다 하더라도 그냥 포기해서는 안 된다.’ 등등,,,
게임을 마친 후 친구들의 부름에 오리구이를 포기하고 가을바람 산들거리는 해변의 어느 횟집에서 회포를 푸는데... 가지 수는 많지 않으나, 실속 있는 곁들이찬, 그리고 자연의 보고 청정해역에서 잡아 올린 자연산 전어와 감성돔 새꼬시가 가을 미각을 돋우니 절로 쳐지는 한 잔 술 아니, 여러 잔,,,
받은 술은 여러 잔이나 술에는 취하지는 않고, 언제나 변치 않는 모습으로 남아있는 고향 情에 듬뿍 취하여 오랜만에 어머님 곁에서 잠을 잤습니다.
다음 날 오전...
테니스가방에 장비 챙기듯 벌초 장비를 챙겨 산소로 향했습니다. 낫으로 산소 주변 잡초를 베면서 낫 놓고 ‘ㄱ’ 자는 몰라도, 낫을 손에 쥐니 ‘ㅌ’ 자가 생각납니다. ㅎㅎ
‘낫으로 풀을 벨 때 손목 사용 시 적절한 스냅을 이용하여 타이밍을 맞춰 자르면 잘린 단면이 군더더기 없이 깨끗하게 마무리된다.'
‘낫의 손잡이를 잘못 쥐면 물집이 생긴다.’
‘묘 1기 벌초하는데 한 게임 정도의 체력이 소진된 거 같다.’
‘낫을 잘못 사용하면 엘보가 염려된다.'
‘자외선에 얼굴이 많이도 탄다.’
.
.
.
고향 방문...
마음이 천 번 만 번,,, 신세 져도 부담 없는 그런 곳인 고향에서 기분 좋은 벌초 벙개를 마치고 일상으로 원위치합니다.
2006.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