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무릎부상이 심해져서 운동을 할 수가 없어서인지 아니면 다른 사정으로 인해서 클럽활동을 그만둔 회원 분이 있었는데 본인은 하수가 아니라고 하지만 객관적인 실력은 하수였고 의견이 부딪히면 우김질 또한 대단했었다.
그러나 높이 살만한 것은 최초에는 오른손잡이였는데 극심한 엘보 통증으로 인해서 라켓을 놨다가 왼손으로 다시 시작하여 지금의 모습을 만들어낸 열정이다.
우리들은 코트에서 복식경기의 특성상 하수와의 게임을 은연중에 기피하지만 그분은 그런 분위기는 애써 무시하는지 어쩐지 아랑곳하지도 않고서 본인이 직접 나서서 본인 위주로 매치시켜 게임을 하자고 하는데 박진감은 떨어져도 애교로 봐줄 만하여 그저 웃으면서 게임에 임한다.
포지션 또한 양해도 구하지 않고 본인이 왼손잡이니까 당연히 백사이드에 위치하고 게임 중에 파트너가 열심히 뛰지 않거나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지적질까지 서슴없이 하는, 일반 클럽에서 보기 드문 좀 귀여운(?) 캐릭터이다.
승부욕 또한 대단하여 경기가 끝난 후에는 결과를 두고서 꼭 승패의 원인을 따지는데 가령 본인 서비스 게임은 지켰고 파트너의 서브 때 게임을 잃게 되면 꼭 한마디를 한다.
"서브 게임 잃으셨죠?"
"제 서브 때는 점수를 다 땄는데요~!!!"
으쓱해하면서 패인이 마치 상대에게 있는 듯이 말한다.
'이런~ 이 무슨 개 풀 뜯어먹는 소리를...'
역시 단순한 분석 자체가 하수고 얄밉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는 쟤랑 게임을 안 해야지~'하고 마음을 먹는다. ㅎㅎ
내 서비스 게임 때 게임을 지킨 것은 전위에 있는 파트너가 전반적으로 게임의 흐름을 잘 읽고서 상대 리시버의 리턴에 심리적인 부담을 주는 여러 가지 작용을 했음이고,
파트너가 좋은 서브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찬스 볼을 살리지도 못하고 득점으로 연결이 안 돼 게임을 잃은 것은 나에게 문제가 있었음을 알아야 하는데 말이지... 쯧쯧,,, 이 무슨 하수다운 착각일까?
코트에서 게임 중에 착각은 하수만이 하는 것은 아닙니다. 설령 내가 범실을 했다 하여도 원인 제공자가 파트너면 그것은 파트너의 실수고 내가 파트너의 도움을 받아 멋지게 득점을 하였다면 그런 공간과 시간을 확보하여 찬스를 만들어 준 파트너의 득점으로 봐도 무방한데 가끔씩 자기 위주로 해석과 결론을 내는 사람이 있다는 거지요...
득실이란 나로 인하여 얻기도 잃기도 하지만 파트너의 볼 처리로 인해서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내가 원인을 제공하여 파트너가 실점하였는데 그것을 파트너 탓으로 돌리는 뻔뻔함은 분명 없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