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쉬세요~ 당분간 운동은 금물입니다~!!!"
팔꿈치 엘보 때문에 통증 클리닉에 들렸더니 주사 놓고, 물리치료 전에 의사 선생님 하시는 말씀이다.
‘하긴 평생 할 운동인데 치료할 동안 좀 쉬지 뭐.’
그리하여 화창한 봄날 휴일에 엘보 부상을 숨긴 채 모처럼 나들이를 나갔다.
점심 한 끼 순댓국으로 해결하고,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 좌우로 즐비한 점포 사이 오가는 수많은 인파 속에서 같이 휩쓸려 매대 위 이것저것 손때만 묻히고 지상에 오르니 신세계백화점 샵마다 화려한 봄 상품들이 나와 있다.
가격 보고 깜짝 놀라 눈요기만 하고서 마지막으로 대형문고에 들려 책 한 권 산 후, 집으로 오는 길에 아내가 하는 얘기,
“웬일이야~? 날 좋은 오후만 되면 당연하듯이 코트에 가는 사람이 이상하네? 비도 안 오는데 온종일 나랑~?
테니스 입문 후 우린 15년 동안 비 오는 날에만 외식하고, 영화 보고, 동대문시장 구경 가고, 그래 왔잖아.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네. 호호호.”
‘생각해 보니 비 오는 날만 했던 바깥나들이. 그동안 나의 일방적인 이기심을 참고 견뎌준 거였구나.’
날씨 좋은 날 한 번의 외출에 이렇게 좋아하다니. 실은 엘보 부상으로 운동을 할 수 없어서 그랬는데 차마 아프단 말을 하지 못했고, 부상을 숨긴 채 좋은 남편의 모습으로 하루를 지냈다.
나의 부상이 알려지면 ‘그러면 그렇지.’ 하는 아내의 실망이 또 하나의 통증으로 남을 것 같았다.
2005. 3
<테니스에 반하다> 책 본문 11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