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양지인
‘송양지인(宋襄之仁)’은 ‘송나라 양공(襄公)의 인자함’이라는 뜻으로, 쓸데없이 베푸는 동정을 비웃어 이르는 말이다.
춘추시대 송은 강대국 초와 전쟁을 치르게 되었다. 초는 정나라를 구원하기 위해 대군을 파병했으며, 결국 송나라는 초나라와 격돌하게 된다.
초는 송보다 국력이 월등했다. 하지만 마침 송나라 군대가 먼저 도착하여 강을 건너는 초나라 군대를 요격할 수 있는 유리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전쟁이 시작되자 한 신하가 강을 건너는 동안 적을 기습하면 이길 수 있다고 양공에게 진언했지만 양공은 듣지 않았다. 참다못해 재상 목이가 “적은 많고 아군은 적습니다. 적이 전열을 가다듬기 전에 쳐야 하옵니다.” 진언했지만 양공은 또 듣지 않았다.
정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군자는 어떤 경우든 남의 약점을 노리는 비겁한 짓은 해선 안 되오.”
드디어 전열을 갖춘 초 군대와 전투가 벌어지자 송은 대패하고 양공은 부상한 뒤 죽는다. 양공은 죽기 전에 백성들이 원망하자 “군자는 사람이 어려울 때를 노리는 게 아니다”는 도덕적인 명분을 내세우며 자기 합리화를 한다.
테니스 한 게임이 진행 중이다. 전력이 객관적으로 우세함 팀이 초반에 수세에 몰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약체로 평가됐던 팀은 게임 시작이 순조로워 스코어를 순식간에 3:0을 만들어 승기를 잡았고, 40-15으로 한 포인트만 더 따면 4:0으로 안정권으로 진입하게 되는 순간 방심인지 인정인지 아니면 긴장의 끈을 놓았는지 플레이가 느슨해진다.
상대 팀은 초반에 굳은 몸이 풀렸을까? 움직임이 점점 활발해지면서 샷의 강도와 각도가 예사롭지 않다. 스코어 3:0으로 끌려가다가 40-30, 40-40 듀스를 만들더니 한 게임 따라붙어 스코어 3:1로 전세를 역전시킬 발판을 만든다. 순식간에 3:3 동점, 역전까지 시킨 후 한 게임만 더 내주고서 6:4로 게임을 끝낸다.
초반 4:0을 만들 찬스에 “게임이 끝날 때까지 긴장을 풀지 말라”는 파트너의 조언도 들었지만 ‘설마 지기야 하겠어?’ 하는 근거 없는 자신감과 ‘이 팀 이기면 미안한 거 아냐?’ 하는 생각으로 마음의 상태가 느슨해진 것은 사실이었다. 이미 기울어진 전세는 다시 일으킬 수 없고 아쉬움이 많이 남는 석패였다.
“아 대어 낚을 수 있었는데” 하면서 파트너가 아쉬워합니다. 저는 “평소 상수들인데 이 팀 이기면 미안할 것 같아서...”라는 변명을 늘어놨습니다.
볼 하나의 처리가 잘못되어 게임의 흐름이 바뀌고 역전의 빌미가 되기도 합니다. 약자가 인정을 베푸는 것은 주제넘은 짓이고, 상대방의 처지를 헤아리는 쓸데없는 인정 또한 상황의 반전만 초래할 뿐이죠. 승부는 냉정해야지 매너로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