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여성상에 맞선 여자들 이야기

시대의 여성상에 맞선 주체적인 삶이란 무엇일까.

by 책나비K

조선의 걸 크러쉬-임치균,강문종 외

"여자 팔자 뒤웅박 팔자"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결국 여성이 살아가는 것에서 자신이 주체가 되지 못하고 어떤 남편 또는 어떤 남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결정된다는 '웃픈'이야기다.

조선의 여성들은 국가가 정한 여성에 대한 규율 때문에 모든 삶들에 제약이 많았다. 어려서부터 뛰어난 머리와 문인의 자질을 지니고 태어났다 하더라도 '여자'라면 누구나 바느질과 침방 수 놓는 법을 배워야 했고 남자 아이들 같이 글을 배울 수 없었다. 그래서 여성들은 사회에 진출하기 위해 자신의 가문과 지위를 높여 줄 남편감을 찾는 데 전력을 다할 수 밖에 없었다.

조선 사회에선 여성의 사회 진출을 철저하게 제안했고 여성을 남편의 전유물로 생각했다. 여성은 결혼을 해서도 남편에게 무조건적인 복종을 강요받았고 남편의 외도와 부부간의 금슬 문제를 무조건적인 여성의 탓으로 돌렸다. 여성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18세기 조선의 여성들의 이런 답답함을 잘 드러낸 여성 영웅 소설에선 여성이 항상 남장을 하고서 남자로서 살아가는 모습이 많이 등장하는데 이것 또한 외적으로라도 남성이 되어 성별에 대한 차별로 인해 못다한 꿈을 이루려는 여성들의 바램이 담겨 있다. 이 책 속 인물들은 시대별로 그리고 상황별로 여성으로서 처해진 상황은 비슷하지만 자기만의 방식으로 저항하고 주체적 삶을 살려고 한 인물들이다.


세월은 가고 시대는 바꼈지만 아직도 조선의 유교적 이데올로기가 뽑아지지 않고 남아 모든 곳곳에 차별이 일어나고 있다. 조선의 걸 크러시는 여성의 모든 삶을 남성의 전유물 쯤으로 생각한 그 시대에서도 자아를 찾고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살려는 그들을 보며 이 시대에 여전히 약자인 여성들이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하는지를 잘 가르쳐 준다.


이 책은 조선의 여성들이 남성들처럼 스스로 나서서 행동하거나 자아를 갖고 행동한 모든 행동들을 사회악으로 생각한 당시의 시대적 관점과 여성에게 많이 관대해진 지금의 기준 어디로보나 도덕적으로, 인륜적으로 어긋난 인물들을 많이 수록했다.


분명 당시의 조선의 여성에 대한 관점을 생각하면 양반의 뺨을 때린 다모나 시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2년 동안 칼을 갈며 때를 기다린 희천 땅의 며느리 또한 획기적인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획기적인 이란 말은,지금 일어나도 놀랄 살인을 여성이 행했다는 사실이 여성에 대한 기준이 엄격하던 그 시대엔 더욱 놀랐을 일이라는 말일 뿐이다. 다시 말해 시대가 만들어놓은 여성상과 그에 따른 여성에 대한 차별에도 불구하고 주체적 삶을 살기를 고집했던 여러 인물들과 함께 수록되기에 저들은 본받을 그 어떤 것도 없는 그저 범죄자에 불과하다.


사실 이 책의 제목과는 달리 스스로 주체적 삶을 살고 교훈을 주는 인물들은 많지 않았다.대부분 그런 시대의 불평등에 비뚤어진 본성으로 살아갔을 뿐이다.그래서 읽는 내내 기대했던 바와 같지 않아 많이 실망했었다.그러나 또 한편으론 소수이지만 여성으로서 처한 입장을 공감하며 읽는 것을 마친 순간까지 진정 대단하다는 생각을 마지않은 인물이 있다. 진정 존경해야 마땅한 여성이라 생각이 든 사람은 우하형의 후처이다.

여성으로서 아내로서 할 도리를 다하며 자신의 포부와 재능으로 남편과 다른 사람에게 덕이 되어 준 지혜로운 여성이라 생각된 인물이었다. 18세기 남장여자 소설에도 드러나 듯 남성이 되어 못다한 꿈을 이루려는 여성들에게 남성의 옷을 입은 겉모양이 아니라 내면이 강해야 한다는 말을 한 김금원 또한 인상 깊었다. 드라마나 조선을 배경으로 한 영화 속 여주인공들이 남장을 하며 사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데 실제 남장을 하며 남자로서 살아가던 여성들과 정체성을 잃지 않고 여성으로서 당당하게 주체적 삶을 살기를 주장하는 김금원은 아주 대조되었다.


내면이 강해지고 넓은 포부를 가지며 희망찬 삶을 살기를 얘기한 김금원과 주체적 내면이 너무 강해 시대가 따라가지 못하는 삶은 오히려 괴로운 삶임을 야기한 기각, 또 남편을 내조하고 수완을 벌여 남편을 성공시키고 자신의 인생을 편 진정 지혜있는 여인 우하형의 후처를 보면, 결국 내게 이 책 속 인물들은 내가 처한 이 시대를 바꿀 수 있는 힘이 없는데 마음쓰지 말고 내가 서 있는 지금의 상황 속에 나를 성공시킬 지혜 있는 여성이 되자 라고 얘기하는 것 같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