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도 ㅣ 지워진 달력 위에서

by 온도계

새해가 되면

모든 것이 새로울 것 같지만


‘올해도 다 지나갔구나’

하면서


이루지 못한 것들을

내년으로 미루는 습관을

반복하곤 한다.


’올해는 꼭 해야지‘


아니면 새로운 목표를 세워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려 한다.


우리들의 시간은

어제를 딛고 온 것임을

까마득히 잊은 채로.


인류의 무구한 역사는

끝없는 희생과

그것을 딛고 일어선

번영의 연속이다.


나 역시 나의 발아래

그들의 시간과 희생을

딛고 일어섰을 뿐


내가 잘나서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니었음을


지워진 달력 위의 날짜들을

마주할 때

비로소 한 해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그토록 주저했던 시간들과

흔들렸던 마음을 다잡으려

애썼던 나를 위로하고


다시 흔들릴 준비를 하며

마음의 무게 추를

가슴에 품는다.


올해는

흔들림과 주저함 속에서

무게의 중심을 잡아가는

행복을 누릴 수 있길


다시,

기대해 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잘 썼는지보다, 어디에 닿았는지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