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허둥대다,
요리책 한 권을 집어 들었다.
손질부터 차근차근 알려주는 친절함에
마음이 놓였다.
10g, 100ml에 맞는 양을 조절하며
조금씩 채워지는 양념에
이미 완성된 그림의 음식이
눈앞에 놓인 듯했다.
막상 양념 맛을 보니
내가 알던 맛인지 긴가민가했지만
레시피를 잘 따라갔으니
잘 될 거라는 믿음이 나를 안정시켰다.
조금씩 윤곽을 드러낸 음식은
입가엔 미소 짓게 했고
입안엔 침샘을 자극해
냄새로 맛을 보는
‘셰프‘가 된 기분이었다.
나 홀로 식당을 차리며
아꼈던 접시 위에
음식으로 색을 입힌 뒤
테이블 중앙에 뒀다.
막상 먹으려니 아까워서
한동안 쳐다보기만 하다가
이내 젓가락을 들고
음식 속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첫 성공의 기대가
너무 컸던 걸까?
오묘한 맛이
입안을 들쑤셨다.
마음속으로
저자의 의도를 파악하려
쩝쩝거리기를 수차례 반복하면서
수준 높은 음식을 이해하려 했다.
낯선 맛이 혀끝을 맴돌았다.
고급 음식이란 원래
한 번에 다 이해되지 않는 법이니까.
테이블을 다 정리하고 난 뒤
맛이 빠진 음식의 향만이
온 집안에 가득했다.
그 향이 나에게 주는 건
첫 입맛에서 느꼈던
오묘함이었다.
오랜만에 느끼는
걸음마 같았다.
이젠 다 컸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어린아이’였다.
어른이 된다는 건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순간들을
무기력함에 휩쓸리지 않고
담담히 받아내는
방파제가 되는 과정 아닐까?
그래서 나는 다시
어른이 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