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두 번째로 행군할 때였다.
머리 위로 내리쬐는 햇볕을 피해
아래로 시선을 옮겨보니
전투화와 지면의 마찰음으로 가득했다.
땀은 비 오듯 쏟아지고
목이 마르지만
나 홀로 멈출 수도 없었다.
그렇게 걷다 잠시 쉬어가는 시간에
한쪽에 앉아 물을 마시려 했지만
사실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검은 줄의 무게를 견뎌낸 자들만이
누리는 자유는
아직 허락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수통의 물은 줄어갔고
텅빈 채로 목적지에 도착했다.
도착한 뒤
이 길을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은
아직 오지 않은 피로까지 불러왔다.
훈련을 마치고
다시 시작된 야간 행군에서
뜨거운 태양은 피할 수 있었지만
어둠 속에서 조용히 ‘잠’이 찾아왔다.
무거워진 전투화보다
1센티의 눈꺼풀이
더 무거울 줄이야
누가 알았을까.
나도 모르게
자면서 걷는
기묘한 기술을
터득하게 되었다.
논으로 향하는 나의 발걸음을 본 선임은
’일어나!‘라고 소리쳤고
난 내가 잠든 줄도 모른 채
걸었던 것이다.
그 순간 말로만 듣던
군대 썰이 스쳐 지나갔고
’나 군인이구나’하는 마음은
밤하늘의 아름다운 별들도
서글프게 만들었다.
애꿎은 마음에
군화만 질질 끌었다.
나라에 대한 사명감조차
흐릿했던 나는
그 순간 무엇을 원했던 것일까?
같이 걷는 전우들의 발걸음 소리가
묵묵히 답을 해주고 있었다.
그저
내 마음과 함께
걸어주길 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