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도ㅣ캐리어ㅣ다섯 걸음

by 온도계

잠들기 전 머리를 이리저리

뒤척이길 반복하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들곤 했다.


자고 나도 피로가 가시지 않아

베개도 바꿔보고

이불도 바꿔보지만

좀처럼 편해지지 않았다.


남들은 편하게 잘만 자는 것 같은데

나 혼자 유난 떨었던 걸까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나에게 맞는 걸 모를 바에야

다 없애자는 생각에

베개를 치워버렸다.


머리를 지탱해 줬던

낮지만 높았던 하나가 사라지자

어색한 기운이 맴돌았다.


그렇게 아침이 되고

다시 어색한 시간이 돌아왔다.


며칠이 지났을까

조금씩 익숙해졌다.

내 머리의 지지대가 사라진 게

오히려 편해진 느낌마저 들었다.


편안함을 찾고자

무언가를 더 채우려 했던 나는

불편함을 없애는

‘비움’을 잠시 생각하게 되었다.


여행을 떠날 때

캐리어의 높이가

기댈 언덕처럼 보였지만

채워진 무게는

나를 더 지치게 한다.


불필요한 것들을 꺼내 놓고

여행의 시간을 담아 오면

캐리어를 열 때마다

추억에 젖게 될 것 같다.


그렇게

내 인생의 캐리어를

열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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