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8도ㅣ잔불ㅣ여덟 걸음

by 온도계

타닥, 타닥

작은 불씨가 불길이 되어

타고 남은 잔재들의 소리는

마치 헤어진 뒤 나의 마음과 같다.


같이 있는 시간이 즐겁지만

금세 지나가버린 시간이 야속해

‘5분만 더‘를 연신 외치며

그 자리를 지키고 싶었다.


하지만 만남 뒤엔 이별이 있는 법.

그렇게 짧은 인사와 함께

다음을 기약하며

오늘을 추억의 상자에 넣어둔다.


일상의 순간들이 즐겁지만

같이 있을 때만큼은 아니었다.

그래서 더 그리워

추억의 상자를 자주 들여다본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뒤였을까,

사진과 함께 메시지가 도착했다.


’영화 보러 갈래요?’


어라, 이거 데이트 신청인가?

두근대는 마음과 함께

영화 제목을 봤다.


이건, 독립 영화 제목이었다.


조금 생소해 보였지만

같이 있는 게 즐거웠던 나는

고민할 것도 없이 답변했다.


그대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그대도 나와 같은 마음일까?


나의 불길에서 타오르던

작은 불씨가 전해졌길 바라며

다음 만남을 기다린다.


세 번째 만남,

영화관 앞에서 만난 우리는

커피 한 잔씩 손에 들고

입구로 들어섰다.


작은 소극장이었지만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왠지 모를 엄숙한 분위기에

조금은 긴장했다.


이내 영화는 시작됐고,

약 1시간 20분의 상영 시간은

잔잔하게 흘러갔다.


’시간의 소중함‘을 담은

적당한 분량의 영화였고,

각자의 삶의 시간을

되돌아보게 했던 영화였다.


유쾌하진 않았지만

미소를 머금을 수 있었고,

슬프진 않았지만

애잔함은 남아있었다.


그렇게 영화 감상을 마친 뒤

밖으로 나와 간단한 식사를 했다.


좀 더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에 갔다.

파스타와 샐러드를 시켜

서로의 분량에 맞춰 먹었다.


자연스레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꽤나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는 그 모습에

다른 매력을 느꼈다.


이야기를 마치면서

마지막으로 했던

한 마디가 기억에 남는다.


‘전 오늘이 소중해요’


오늘 하루,

물론 나에게 소중했다.

하지만 의미는 달랐다.


나는

‘우리’를 중심에 뒀지만

그대는

‘함께‘를 중심에 뒀다.


미묘한 의미 차이는

나의 들뜬 마음을

조금은 차분하게 했고,

더 밀도 있게 만들었다.


우리는

함께

단단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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