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그런 순간이 찾아온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하루인데,
이상하게 마음 깊은 곳에서
푸른 바다의 숨소리가 들리는 순간.
아직 멀다.
손끝이 닿지 않을 만큼 멀다.
지금의 나는 작고,
내 앞에 펼쳐진 바다는 너무 넓어서
그저 한 점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두렵다.
내가 바라보는 이 바다가
혹시 착각이면 어떡하나.
혼자만 꾸는 꿈이면 어떡하나.
정말로 내가 갈 수 있는 곳이 맞을까.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바다는 사라지지 않는다.
눈을 감아도, 돌아서도,
다시 고개를 들면
늘 같은 자리에서
푸른빛으로 나를 부른다.
푸른색은 가까운 데 있지 않다.
멀리 있어 더 깊고,
멀리 있어 더 선명한 색이다.
그리고 나는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바다는 서두르지 않는다.
조급해하지 않는다.
그저 조용히, 그러나 더 깊어지며
나를 기다린다.
그래서 믿기로 했다.
언젠가 그 바다에 닿으리라는 것을.
이 작은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면
어느 날 내 앞에
수평선이 열릴 것이라는 것을.
나는 아직 항해 중이다.
그리고 글을 쓰는 고요한 순간 속에서
나는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푸른색을 향해 가고 있다.
그러니 오늘도
나에게 조용히 말한다.
괜찮다.
계속 가라.
바다는
언제나 그곳에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