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눈을 감는 법 10

by 온도계

홀로 선다는 건

외로움을 버티거나

견디는 일이 아니라


홀로 설 수 있음을

스스로에게 말하는 일이다.


홀로 섰을 때 느끼는

외로움은

스스로를 마주할

용기가 생겼다는 증거다.


두 눈을 감고

세상을 그려본다.


그려진 세상은

‘나’의 세상이었고

‘너’로 이어진

연결의 선이었다.


대왕고래가 물어도

끊어지지 않는

낚싯줄처럼


나는 나와

그리고 너와

이어져 있다.


무수한 실로 엮인

우리의 세상은

저마다의 규칙 속에서


불완전함으로

온전해지고 있다.


엉킨 줄을 끊으려 해도

힘없이 떨어지는

한 줄기의 희망은


너에게도

나에게도


다시 묶일지 모른다는

가능성만 남긴 채

바람에 흩날린다.


그리고 우리는

나약함을 덜어보려

추억을 바람에 맡긴다.


그렇게

오늘, 다시 선다.


바람에 흩날린

머리카락처럼

수많은 기억을 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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