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빅 히어로 Accidental Hero
1. Opening 오프닝
미국 시카고, 고층 빌딩들 사이로 수많은 꽃가루가 날리고 미국 국기가 펄럭인다. 오늘 큰 행사라도 있는 걸까?
곧 장면이 전환되고 찬란하던 거리의 빛은 싸늘한 형광등 아래로 바뀐다. 법정 안 남루한 차림의 남자 주인공 버나드가 피고석에 앉아 있다. 장물 취급 혐의로 기소된 남자. 본인 변호사의 지갑까지 손대는 이 남자의 비루한 얼굴에서 누가 ‘영웅’의 그림자를 예감할 수 있을까?
이 대조는 우연이 아니다. 이 영화의 오프닝은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과연 누가 진짜 영웅인가?” 화려한 꽃가루가 흩날릴수록 그 아래 감춰진 인물의 진실은 뿌옇게 흐려진다. 스티븐 프리어스 감독은 여기서부터 아이러니의 복선을 깐다.
세상이 환호하는 것은 사실 그 자체가 아니라 잘 짜인 이야기이며 영웅은 언제나 우연한 사건으로 만들어진다.
2. 좀도둑 버나드
이 영화의 원제는 Accidental Hero, 직역하면 ‘우연한 영웅’이다. 그러나 이 우연은 하늘이 내린 기회가 아니다. 그저 비에 젖은 길바닥에 미끄러지다 어쩌다 멋지게 슬라이딩한 꼴이다. 구두 한 짝은 잃어버렸고 온몸은 진흙 투성이가 되었다.
폭우가 쏟아지던 밤. 버나드는 고물 차를 몰고 간신히 도로 위에 붙어 있다. 와이퍼는 끼익 끼익 삶의 마찰음을 내며 비명을 지르고 엔진은 마지막 숨을 몰아쉰다. 차는 멈췄고 하늘은 어두워졌으며 그의 인생 역시 여기까지인가 싶던 찰나, 하늘을 찢는 굉음과 함께 눈앞에 비행기가 추락한다. 아들과 같은 또래 남자아이의 부탁에 어쩔 수 없이 승객들의 탈출을 돕고 그 와중에도 여기자의 지갑을 슬쩍한다. 기적처럼 구조된 사람들은 그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가 사라진 자리에 남은 건 한 짝의 구두와 영웅의 빈자리를 채우려는 언론의 욕망이다. 그는 이 일로 아들과의 약속을 못 지켜 이혼한 아내에게 모욕적인 말을 듣는다. 그다음 날 아침, 버나드는 길에서 우연히 고물 차를 태워준 존 버버에게 자신의 무용담을 들려준다. 버나드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은 존은 조용히 이렇게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영웅적인 행동을 멍청하다고 하죠.
그런 일을 안 하려고 해요. 이득이 없으니까요.
존은 그의 행동을 추켜세워준다. 버나드는 이거 팔아서 기름 값이라도 하라며 존에게 신발 한 짝을 줘 버린다. 그 순간 버나드는 알지 못했다. 이 사소한 행동이 앞으로 어떤 큰 사건을 몰고 올지.
3. 열혈기자 게일과 미디어
야심만만한 여기자 게일은 뉴욕에서 방송 기자상을 수상하고 누가 자신의 특종을 채 갈까 불안한 마음에 하루 만에 시카고로 돌아오다 위 비행기 사고를 당한다. 그녀는 이제 기자가 아니라 생존자인 동시에 그 순간을 기억하는 유일한 증인이 된다. 그녀는 폭발하는 비행기에서 자신과 다른 54명의 승객을 구해준 신비의 영웅을 취재하기 위해 팔에 깁스를 한 채 카메라 앞에 선다. 모든 사람들이 환호와 관심을 내보일만한 특종! 이때 카메라 맨의 대사는 자아도취 된 언론의 태도를 드러낸다.
카메라는 스스로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아요. 때로는 우리가 한 몸이 되어 역사의 한 순간을 색채와 드라마의 만화경에 담아내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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