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 뒤 맑음
영화 <러브레터>를 보고...
폭설 뒤 맑음
한 밤중 뒤척이다
누군가 소리쳐 우는 소리를 들은 것도 같아
아빠의 코 고는 소리였던가
길고양이의 발정 난 소리였던가
창을 여니 고요히 눈 오는 소리뿐
아니 눈은 울음 없이 고이 내리는데
귀 기울여봐도 들리는 건 내 숨소리뿐
우는 건 나였던가
그리움에도 이름을 붙일 수 있다면
그건 당신의 이름
잘 지내나요
나는 잘 지냅니다
잘 못 건 전화처럼 황급히
창을 닫고 다시금 누우면
또다시 그 울음소리 들려온다
아침은 아직 멀었고
눈은 소복이 쌓이는 밤
베갯잇은 가만히 젖어들고
'차가워! 손 좀 치워'
그 소리에 민망해진 손을 다리 사이에 넣곤 했다.
주머니도 없는 속옷은 그래서 불편했어
할머니는 그래서 늘어난 메리야스를 입고 관 속에 들어갔나 봐
엄마는 그 속옷을 삶으며 우셨지
생은 참 질기고 하찮다고 그때 어린 나는 비웃었어
그 벌을 받고 있나 봐
유난히 오늘 새벽은 길고 폭설이 내리네
고요하고도 소란스럽게
해가 뜨면 눈은 또 엉키어 붙겠지
걸음을 멈추고 누군가를 자빠뜨리겠지
이제 난 넘어지지 않아
네 이름도 잊었으니까
그러니 잘 지내
오늘은 3월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