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두 아이를 키우는 한국엄마이야기
육아에는 정답이 없다. 38선 넘기보다 어려운 육아의 세계
프랑스 소아과에서는 아이가 만 6개월이 되면 이유식을 시작하라고 권한다. 선생님들마다 다르긴 한데, 요즘은 이유식을 늦게 시작하는 추세다. 프랑스 아이들은 첫 이유식을 야채 퓌레로 시작한다. 시금치, 당근, 호박, 돼지 호박 등을 밥솥에 쪄서 아주 부드럽게 갈아서 먹인다. 어떤 부모들은 야채를 푹 삶아서 그냥 주기도 한다. 신기한 게 아이들은 잇몸으로 으깨고 씹어서 먹는다. 가끔 목에 걸리기도 하는데 알아서 잘 뱉어 낸다. 나는 좀 게으른 엄마라 핑거푸드 이유식을 몇 번 해보고 뒤처리하는 게 손이 너무 가서 그냥 숟가락으로 먹였다.
이유식이 좀 적응이 되고 잘 먹는다 싶으면 부드럽게 갈린 소고기, 계란, 닭고기, 돼지고기, 생선 등 육류 어류 단백질을 첨가해서 먹인다. 6개월 정도의 아이들은 분유나 모유로 대부분의 영양섭취가 가능한데, 비타민이나 미네랄, 철분 등 우유나 모유에서 섭취하기 힘든 영양성분들 야채로 보충해 주는 거라고 했다. 하루 한 번 점심시간에 이유식 100그램을 먹이되, 대부분이 야채 퓌레고 매끼 고기를 반드시 먹인다. 동물성 단백질 권장량은 일일 20그램을 넘지 않는다. 고기를 너무 많이 먹이면 아이들의 콩팥에 부담을 준다고 들었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고기를 좋아해서 30그램을 넘은 적도 많다. 프랑스 엄마들은 육아할 때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은 지키되, 엄마와 아이가 상황에 맞게 필요에 따라 유동적으로 자율적으로 선택한다.
마트에 가면 베이비 식품 코너에 진공상태로 실온에 보관할 수 있는 이유식 제품 대부분 야채를 베이스로 하고 있다. 10개월쯤 되면 탄수화물을 첨가해서 먹인다. 파타나 쌀, 그리고 스물(통밀을 잘게 부스러뜨린 시리얼) 푹 삶는다. 흐트러지게 푹 삶아서 야채 퓌레, 다진 고기와 섞어서 먹인다. 프랑스나 서양 국가들이 아이들의 탄수화물 이유식을 늦게 권장하는 이유는 글루텐 알레르기 때문이다. 한국처럼 쌀을 주식으로 먹는 나라는 탄수화물로 첫 이유식을 시작해도 된다. 밀을 주식으로 먹는 서양은 글루텐 알레르기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래서 아이들이 소화기관이 어느 정도 성숙이 됐을 때 먹이는 것이다.
신기한 게 아무 맛없고, 냄새도 이상한 이유식을 아이들이 잘 먹는다. 디저트로 다진 과일이나, 요구르트를 준다. 나는 개인적으로 아이들의 laitier 우유를 베이스로 한 식품을 신경 써서 먹였다. 시중에서 식품을 구매할 땐 유기농 제품을 위주로 선택했다. 프랑스 엄마들을 따라 한 것보다는 내가 키가 작다 보니, 아이들이 키가 컸으면 하는 바람으로 끼니마다 유기농 우유를 베이스로 한 음식을 내놓는다.
두 번째로 신경 써 먹이는 식품은 호두, 아몬드, 헤이즐넛 등 건과류나 말린 과일이다. 이런 식품들을 신경 써서 먹였던 이유는 큰아들이 입맛이 까다롭고, 많이 먹지도 않았다. 다른 사람들도 다 알다시피 건과류는 우리 몸에 필요한 필수 영양성분들이 가득 들어 있기 때문에 적은 양을 적당히 섭취하면 아이의 성장에 도움이 될까 싶었다. 작은 통에 말린 포도 알갱이, 아몬드, 호두, 헤이즐넛 알갱이들을 적당히 담아 공원 벤치 위에 올려놓으면 아이들이 놀다가 와서 알아서 잘 꺼내 먹는다.
글을 써 놓고 보니 우리 아이들은 신선 건강 유기농 식품만 먹이는 것 같은데 실상은 아니다. 건강한 자연상태의 식품을 신경 써서 먹인다. 엄마가 신경 써서 자주 권하고 내놓지 않으면 아이들이 스스로 찾아 먹기는 불가능하다. 시중에는 우리의 혀를 자극하는 음식들이 너무나 많다. 어른인 나도 혀끝을 자극하는 달콤한 맛을 참을 수 없는데 아이들은 오죽할까?.. 그걸 안 먹여서 키우면 아이들이 밖에 나가서 더 많이 먹게 되는 것 같다. 맛있는 음식 세상에 가득한데 자연산 건강한 음식만 먹이고, 초콜릿이나 과자, 음료수를 안 먹이고 키운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프랑스 아이들은 오후 네시에서 다섯 시 사이 구떼라는 간식 타임이 있다. 한 시간 동안 단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 특히 프랑스는 단맛 디저트 디저트들의 천국이다. 이걸 먹을 수 없다면 나는 견딜 수 없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은 하루 한번 네시부터 다섯 시 사이엔 과자나 케이크 사탕 같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간식을 원하는 만큼 먹을 수 있다. 나도 같이 먹는다. 죄책감 없이 하루 맛있는 케이크 한 조각을 온전히 즐기 위해서 나는 오늘도 달렸다.
시중에는 온갖 육아 지침서 참고서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나는 그냥 한두 개 논조가 상반되는 육아 서적들을 읽어보고 내가 동의하는 부분은 취하고 아닌 부분은 과감하게 버렸다. 말을 그럴듯해도 사실 내 편할 대로 키웠다. 내 아이는 엄마인 내가 제일 잘 알고,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들을 내가 가장 잘 알 거라는 확신이 그냥 있었다.
가정마다 상황이 다 다르고 문화가 다 다르다. 한국에서 살면서 프랑스 아이처럼 어떻게 아이들을 키우겠는가? 엄마가 주도적으로 필요한 정보는 듣고 적용해 보고 우리 아이에게 맞지 않으면 과감하게 버리는 게 맞다. 엄마가 할 수 있는 능력의 범위 안에서 최대한의 것을 제공하되, 능력 밖이면 포기했다.
프랑스에서는 한때 몬테소리라는 유아책이 크게 인기를 끈 적이 있다. 몬테소리는 아이들을 믿고 자율성에 맡겨 키운다는 육아법이다. 나는 여기에 동의하지 않아서 한번 읽고 그냥 버렸다. 남의 애들은 스스로 하는지 모르겠는데 나는 아이의 자율에 모든 것 맡기에는 내 인내심이 너무 부족해서 안 되겠다 싶었다. 엄마의 성격이나 살아온 배경도 솔직히 무시 못 한다.
시중에 쏟아져 나오는 정보들을 취사선택, 각 가정에 맞게 적용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아이에게 최선의 육아는 엄마가 행복하고 더불어 아이도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아이와 엄마가 함께 찾아가는 게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