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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경 Nov 20. 2022

드립커피가 낯선 이를 위한 원두 고르기

핸드드립 커피클래스 중급반 수강생이 전하는 3가지 비기


다 먹었으면 이제 커피 마시러 갈까?


한국 성인 1명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353잔(2018년, 현대경제연구원)이다. 우리는 매일 커피를 마신다. 직장인들은 살기 위해 마신다. 익숙한 프랜차이즈 커피부터 간편한 캡슐커피, 저렴한 편의점 커피까지 많이도 마신다. 어떤 커피를 마실지는 취향과 목적에 따라 다를 테지만 원두의 다양한 향과 깊은 맛을 원한다면 답은 핸드드립이다.


 하지만 낯설다. 에티오피아 이르가체페? 예가체프? 이름도 생소하다. 어떤 걸 골라야 할까.


 첫 번째, 이름이 긴 원두를 고. 보통 원두 이름은 나라 이름+품질, 생산고도 등에 따라 나눈 등급+지역으로 이루어져 있다. 유명하고 좋은 원두는 마을+농장+농부 이름까지 붙여 관리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파나마 에스메랄다 게샤 스페셜 원두파나마 지역의 에스메랄다 농장의 게샤(에티오파아의 산 이름에서 유래) 품종을 뜻한다. 이제 당황하지 말고 이름이 제일 긴 원두를 고르자.


 두 번째, 케냐 AA(더블에이)피베리를 고른다. 피베리 열매는 커피나무 가지 끝에서 자라고 커피나무에서 7%밖에 열리지 않는다. 희귀할 뿐만 아니라 단맛, 신맛, 쓴 밸런스가 잘 잡힌 원두다. 그래서인지 유명한 블렌딩 원두에 케냐 피베리가 흔히 포함되어 있다. 블렌딩 원두 맛이 허전할 때 케냐 피베리를 섞을 정도로, 원두 계열의 MSG다. 원가가 비싸서 취급하는 카페도 드물다. 만약 방문한 카페에서 케냐 AA 피베리를 취급한다면 원두에 진심인 곳이니 집에 갈 때 한 봉지 더 사면된다.

보통 생두는 한쌍인 반면 피베리는 하나기 때문에 영양분을 혼자 흡수해 커피맛이 좋다는 의견도 있다.(사진출처 : happinesstraveller-17.tistory.com/34)

 세 번째, 원두를 지역별로 구분하여 마셔본다. 브라질 원두커피는 부드럽고 고소하며, 케냐 원두커피는 초콜릿에 가깝고, 에티오피아 계열 원두는 산미가 있다. 마셔다. 본인이 산미를 좋아하는지, 바디감을 중요시하는지, 향에 민감한지. 다양한 원두를 접해볼수록 취향은 뚜렷해진다.

지역별 원두 특징(출처 :  https://serieamania.com/g2/bbs/board.php?bo_table=freetalk&wr_id=7114755)

 봄에는 꽃향기가 나는 코케허니, 드립커피가 약세인 여름엔 무난하게 케냐 피베리, 가을엔 랭보가 즐겨마셨던 고독한 남자의 커피 모카하라, 겨울엔 스모키 한 향이 나는 과테말라를 추천한다.


 내 옆에 있는 드립커피 한잔은 원두 채집→ 정제 및 건조→ 등급 선별→ 운송→ 보관→ 결점두 선별→ 로스팅 → 분쇄 → 드립 과정을 거쳤다. 통상 40명 이상의 노동이 담겨있다. 원두 채집 노동자 대부분 후진국 여성, 아이들이다. 커피귀하다.

커피는 후진국 사람들이 생산해서 선진국 사람들이 마시는 음료다. (사진 출처 : 바이핸커피)


 핸드드립 원두 개성을 잘 살릴 수 있는 방식이. 원두에 따라 핸드드립에 적정한 물 온도, 물줄기, 시간 등 추출방법이 미세하게 다르다. 에티오피아 이르가체프 코케허니는 가는 물줄기로 천천히 내려야 특유의 꽃향기를 잘 살릴 수 있다. 핸드드립은 귀한 원두를 그에 맞게 대우해줄 수 있는 추출방식이다.


 또한 핸드드립 커피에는 내리는 사람 개성도 담긴다. 커피클래스 수강생들이 동일한 분쇄도의 원두, 물 온도로 내린 커피맛은 제각각이다. 굵고 급한 물줄기로 추출한 내 커피는 다른 사람들 커피보다 연하다. 추출 이후 집안 가득한 커피 향 역시 빼놓을 수없는 핸드드립의 장점이다.

내 집 커피향 진원지인 홈카페(사진 출처 : 내 핸드폰)


 홈카페 자랑을 했으니 글 쓴 목적은 달성했다. 마지막으로 리스타 P의 야기가 있는 드드립 커피전문점 "바이핸 커피"를 추천한다. 세종시에 살거나 방문할 때 들러볼 것을 권한다. 드립커피 수업도 매주 진행 중이다. 당신 드립커피와 친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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