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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경 Nov 09. 2022

2호선에선 짠내가 난다.

For sale 신림동 추억

 고시생 시절 정치학 2 순환 수업이 있는 날엔 친구 H와 술을 마셨다. 강의 절반이 시국 대한 한탄시대정신이 부족한 젊은이들에 대한 비판이었. 당시 대통령은 몰랐겠지만, 나와 친구 H는 나라 걱정을 많이 했다. 나라 가면 안 되는 곳으로 가는 듯했고, 사회는 자 술을 권했다. 우리의 음주는 당위적이었다.

 

 보충 수업은 대개1인분 1,500원 대패 삼겹살집에서 진행. 원래 고시생은 우국충정에 비해 돈이 부족하. 대패 삼겹살 1인분에 소주 한 병씩 마셔야 했지만, 안주가 부족하진 않았다. 우리에겐 김치 굽기 담당 M이 있었기 때문이다.

 

 M은 줄기를 선호했다. 구이용으로는 이파리보다 줄기가 적절하 했다. 셀프코너에서 가져온 김치 앞접시의 줄기와 이파리, 국물 비중에도 확고한 철학이 담겨 있었다. M은 김치구이 장인이 돼갔다.

 

 M의 장인정신에도 우리는 재정 위기를 맞았다. 우선순위에 따라 예산을 재배분해야 했다. 고심 끝에 우리는 고시식당 정기 식을 취소하기로 했다.


 이제 우리는 횟집 갈 수 있게 됐다. 좁은 실내에 파라솔 없는 파라솔 테이블두어 개  횟집은 매우 저렴했다. 회가 얇았지만 상관없었다. 회를 먹을 수 있으니까. 횟집에는 2, 3차에만 가야 했다. 빈속에 가 술보다 회가 먼저 동나면 안 되니까. 계란 프라이 서비스는  테이블에 병이 제법 쌓 상황에서 추가로 한병 더 주문 때 요청했다.


 서비스를 요청하고 화장실에 다녀오니 M과 또 다른 친구 J가 티격태격하고 있었다. M이 소주 한잔에 회를 두 점씩이나 심지어 빈번히 집어먹었 때문이다. J는 꾸짖었고 M은 억울했다. 너무 한 것 같지만 그때는 J가 맞고 M은 틀 듯했다.


 지금 J가 운영하는 이자카야 회는 왠지 두툼하다. M과 함께 부러워했던, 태양놀이터 앞 닭강정 점보 사이즈(J)를 이제는 우리도 주문할 수 있다. 남길 수도 있다. 갸륵한 우국충정이 하늘에 닿았는지, 입직한 뒤 나는  분에 넘치게 했다.

 

 '언제 다 같이 신림 한 번 가자~, 그 가야지~.'

공허한 말 오갔고, 그 시절을 재현한 적은 없다.


그래서인지 노선만 봐도 

2호선에선 아직 짠내 난다.


H와 술을 마시다 정치학 선생님을 술자리로 초대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당연했다.
선생님이 요즘 시대엔 제대로 술 한잔할 놈들이 없다고 수업 때마다 아쉬워 했었다.

수화기 너머의 선생님은
" 제가... 지금은 집에서 나가기가 어렵습니다..."
라고 했다. 처음 들어보는 존댓말이었다.

그땐 밤 열두 시쯤 3차 술자리였고
난  술 먹고 전화하는 버릇을 좀 고쳤다.


* 등장하는 M, H, J는 고등학교 동창입니다.


* 그시절 우리의 주제가 : Tacopy의 320

https://youtu.be/aSizmwc8zdU?si=sj9wb-XQ9igyYw0d



* 사진 출처 : [한국경제 신문] 사시 폐지 앞두고… 신림 고시촌 고사 위기… 독서실·원룸 텅텅 비고, 식당 주인 야반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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