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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경 Nov 26.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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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논리의 함정

논리학에서 모순 관계는 두 명제가 동시에 참이거나 동시에 거짓일 수 없는 관계고, 반대 관계는 두 명제가 동시에 참일 수는 없으나 동시에 거짓일 수는 있는 관계다. 예를 들어 삶과 죽음, 있음과 없음은 모순 관계, 흑과 백은 반대 관계다. 즉 반대 관계에는 중간지대가 존재한다.

모순 관계와 반대 관계 진리표 비교

흑백논리의 오류는 중간지대가 있는 반대 관계를 중간지대가 없는 모순관계로 오인할 때 발생한다. 흑백논리에 빠진 사람은 어떤 주장에 대해 선택지가 두 가지뿐이라고 여긴다. 선택되는 것은 당연히 자신의 주장다. 세상을 모순 관계로 보면 자신은 맞고 자신과 다른 상대는 틀다. 사람은 흑백논리에 빠질수록 편협해지기 때문에 상대가 맞고 자신이 틀릴 수 없다. 자신도 틀리고 상대도 틀린 경우 또한 하지 않는다.


나도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 그래야 개선 여지가 조금이나마 남아있다. 상대가 맞고 내가 틀릴 수도 있다. 나도 틀리고 상대도 틀릴 수 있다. 심지어 내가 그때 맞았어도 지금은 틀릴 수 있다. 무지했거나 오인했으면 배우고 고치면 된다. 이동진 평론가는 책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을 통해 어떤 것을 알기 위해서는 범주, 맥락,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리는 상황의 범주와 맥락과 차이를 알지 못하면서 안다고 착각한다. 나아가 편협한 본인만의 기준으로 타인을 마음대로 판단한다.


개인을 넘어서 사회가 흑백논리에 빠지면 다양성은 보장될 수 없다. 다양성은 다름을 인정하는 토양에서만 피어나기 때문이다. 사회가 반대를 모순으로 오인하지 않아야 반대 관계 사이에 존재하는 수많은 다름에 주목할 수 있다.


오데드 갤로어 교수는 자신의 책 <<인류의 여정 ; 부의 불평등의 기원 그리고 우리의 미>>에서 -지리적 특성과 함께- 사회의 인적다양성을 경제 발전의 주요 변수중 하나라고 보았다. 갤로어 교수는 '다양성이 문화적 이화수정을 촉발하고 창의성을 높이며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개방성을 고취할 수 있는데, 이는 모두 기술 진보를 촉진하는 특성'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갤로어다양성이 사회 응집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중간 수준의 다양성 경제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기에 나는 다원주의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원주의 사회 응집력을 해치지 않는 사회 다양성 수준자체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 구성원이 편협을 벗어나 다름의 가치를 인정할수록, 다양성은 사회 응집력을 해치는 것이 아닌 사회를 더욱 포용적으로 응집시키 촉매제가 될 수 있다. 개체는 유연할수록 잘 적응하고, 사회는 개체의 다양성이 높을수록 지속가능하다.


반대 균형의 여러 유형 중 하나다. 대칭점을 두고 서로 마주 보고 있을 뿐이다. 애초에 체급이 맞아야 반대 관계가 성립한다. 모두 같은 범주 안에서 서로를 인정하고 있다. 모순 역시 마찬가지다. 동시에 양립할 순 없지만 각자 공간이 있다. 시대의 맥락에 따라 맞고 틀림을 주고받을 뿐이다. 비록 양립불가할지라도 모순과 반대 모두 상대가 존재해야만 대칭적 의미를 갖게 되고 신의 색도 분명해진다. 논리학 밖 사회에서는 다름에 대한 구분보에 대한 인정이 시급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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