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학에서 모순 관계는 두 명제가 동시에 참이거나 동시에 거짓일 수 없는 관계고, 반대관계는 두 명제가 동시에 참일 수는 없으나 동시에 거짓일 수는 있는 관계다. 예를 들어 삶과 죽음, 있음과 없음은 모순 관계고, 흑과 백은 반대 관계다. 즉 반대관계에는 중간지대가 존재한다.
모순 관계와 반대 관계 진리표 비교
흑백논리의 오류는 중간지대가 있는 반대관계를 중간지대가 없는 모순관계로 오인할 때 발생한다.흑백논리에 빠진 사람은 어떤 주장에 대해 선택지가 두 가지뿐이라고 여긴다. 선택되는 것은 당연히 자신의 주장이다.세상을 모순 관계로 보면자신은 맞고 자신과 다른 상대는 틀렸다. 사람은 흑백논리에 빠질수록 편협해지기 때문에 상대가 맞고 자신이 틀릴 수는없다. 자신도 틀리고 상대도 틀린 경우 또한 가정하지 않는다.
나도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 그래야 개선 여지가 조금이나마 남아있다. 상대가 맞고 내가 틀릴 수도 있다. 나도 틀리고 상대도 틀릴 수 있다. 심지어 내가 그때 맞았어도 지금은 틀릴 수 있다. 무지했거나 오인했으면 배우고 고치면 된다. 이동진 평론가는 책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을 통해 어떤 것을 알기 위해서는 범주, 맥락,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리는 상황의 범주와 맥락과 차이를 알지 못하면서 안다고 착각한다. 나아가 편협한 본인만의 기준으로 타인을 마음대로 판단한다.
개인을 넘어서 사회가 흑백논리에 빠지면 다양성은 보장될 수 없다. 다양성은 다름을 인정하는 토양에서만 피어나기 때문이다. 사회가 반대를 모순으로 오인하지 않아야만 반대 관계 사이에 존재하는 수많은 다름에 주목할 수 있다.
오데드 갤로어 교수는 자신의 책 <<인류의 여정 ; 부의 불평등의 기원 그리고 우리의 미래>>에서 -지리적 특성과 함께- 사회의 인적다양성을 경제 발전의 주요 변수중 하나라고 보았다. 갤로어 교수는'다양성이 문화적 이화수정을 촉발하고 창의성을 높이며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개방성을 고취할 수 있는데, 이는 모두 기술 진보를 촉진하는 특성'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갤로어는 다양성이 사회 응집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중간 수준의 다양성이경제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기에 나는 다원주의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원주의가 사회 응집력을 해치지 않는 사회 다양성 수준자체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 구성원이편협을 벗어나 다름의 가치를 인정할수록, 다양성은 사회 응집력을 해치는 것이 아닌 사회를 더욱 포용적으로 응집시키는촉매제가 될 수 있다. 개체는 유연할수록잘 적응하고, 사회는 개체의 다양성이 높을수록 지속가능하다.
반대도 균형의 여러 유형 중 하나다. 대칭점을 두고 서로 마주 보고 있을 뿐이다. 애초에체급이 맞아야 반대 관계가 성립한다. 모두같은 범주 안에서서로를 인정하고 있다. 모순 역시 마찬가지다. 동시에 양립할 순 없지만 각자의공간이 있다. 시대의맥락에 따라 맞고 틀림을 주고받을 뿐이다. 비록 양립불가할지라도 모순과 반대 모두 상대가 존재해야만 대칭적 의미를 갖게 되고 자신의색도 분명해진다.논리학 밖사회에서는다름에 대한 구분보다 그에 대한 인정이 시급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