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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경 Feb 25. 2024

손가락 괴물의 손가락 괴물 탐험

인류의 여정

'우리는 왜 문학을 읽어야 하는가'에 대해 이동진 평론가는 삶이 한 번 뿐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문학을 통해 다른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유연하게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 인상 깊었던 내용 우리가 문학을 읽고 이전과 다른 사람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저 말을 듣고 중학생 때 읽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가 떠올랐다. 개미 입장에서 사람을 손가락 괴물이라고 여기는 것은 물론 개미들의 소통방식, 전쟁 서사 등 소설 전체가 흥미로웠기 때문에 중1 여름방학에 『개미』에 흠뻑 빠졌던 기억이 난다.


개학 무렵 '인류도 세상 손가락 괴물 정도로 인식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인간의 인지 방식과 인류의 지식 체계로는 설명할 없는 완전 다른 차원의 공간도 존재할 것 같았다. 인류의 지식과 상황에 대한 인지 등 삶의 많은 부분이 상대적이고 한정적이며 가변적이라는 생각을 했고 지금도 그렇다. 하물며 인간이 하는 일에 당연한 것은 없고 절대적인 것 또한 없다고 여긴다.


지식을 향회의주의는 아니다. 우리의 지식이 불완전할지라도, 오히려 불완전하기 때문에 우리는 계속 나아가야 한다. 영국 수학자 마커스 드 사토이는  『우리가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해』에서 지식에 대한 미국 정치인 도널드 럼스펠트의 발언 인용했다.


'알려진 지식(Known knowns)'은 알고 있다는 사실이 이미 알려진 지식이고, '알려진 미지(Known unknowns)'는 모른다는 사실이 알려진 지식이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이 세상에는 우리가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지식, 즉 '알려지지 않은 미지(Unknown unknowns)'도 존재한다.


알려진 지식(Known knowns)은 지각이라고 한다면, 알려진 미지(Known unknowns)는 심해, 알려지지 않은 미지(Unknown unknowns)는 사건의 지평선 너머를 예로 들 수 있다.


마커스 드 사토이는 인류가 단언할 수 있는 사실절대로 알 수 없는 것들의 경계를 확인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지식의 경계라고 표현했으며 과학을 예측∙구성입자∙우주∙시간∙인식으로 나누어 알려진 미지를 설명하고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경계선을 확인했다.


인류의 지적 확장 덕분에 지식의 경계는 가변적이다. 인류의 지적 확장은 과학 연구방식이 덕분이다. 과학의 본질 다양한 관점에 대한 유연함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류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과학을 이용하여 매우 그럴듯한 지식을 쌓는 것이라고 그는 덧붙인다. 정신이나 영혼으로 인식됐던 미지의 영역이 MRI를 통해 신경과학이라는 알려진 지식으로 편입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누군가 내게 몇살까지 살고 싶냐고 물은 적 있다. 문학이든 비문학이든 끊임없이 받아들이면서 나아가고 다. 손가락 괴물들 손가락 괴물들을 향한 정에 계속 주목하고자 한다. 내 인생도 한 번뿐이니까. 책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는 살고 싶다.



과학은 진리의 담지자가 아니라, 진리의 담지자 같은 것은 없다는 자각 위에 놓여 있습니다.

지식에 대한 탐구는 확실성을 먹고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확실성의 근본적인 부재를 먹고 성장합니다.

카를로 로벨리의 『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 중에서





* 표지 : unsplash의 Katie Drazdauskaite의 사진

* 해당 유튜브 영상 : https://youtu.be/ehIdjNaJyIw?si=LlSMJShM_cOABH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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