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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경 Mar 03. 2024

비트코인 일억 간다니까? 하지만.

비트코인과 달러 그리고 연방준비위원회

다수인간은 보이지 않는 것에 가치를 투영하며 살아간다. 개인이 보이지 않는 것에 가치를 투영하기 위해서는 신념이 필요한데, 신념종교에서는 신앙, 정치에서는 이념, 경제에서는 신용을 바탕으로 구현된다.



1. 달러본위제 : 달러에 대한 맹신

금본위제에서 달러에 대한 신용은 금으로부터 나왔다. 달러본위제 이후로 사람들은 달러를 믿기 시작했다. 달러에 대한 믿음의 토대는 눈부신 미국의 미래 생산력이었다. 하지만 '08년 금융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벤 버냉키 시절 연방준비위원회(연준)가 양적완화라는 수단을 사용한 후부터 달러에 대한 믿음은 달러 자체에서 나온다. 팬데믹 위기 때 파월의 연방준비위원회는 한층 더 막강한 무제한 양적 완화를 도입했다. 미국 정부는 연준이 찍어낸 달러로 부채를 갚기 시작했다. 여전히 부채 상한을 높여가며 달러로 달러를 갚고 있다.


2. 비트코인 정체성 : 금융 자주권

비트코인은 신용에 기반한 제도권 화폐의 불안정성으로부터 탄생했다. 비트코인을 만든 나카모토 사토시는 '어떤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사람에서 사람으로 직접 전달되는 전자화폐'를 꿈꿨다. 제도권(중앙은행) 훼손하는 화폐 가치에 대항하는 금융 자주권이 비트코인의 정체성이었다. '24.1.10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하기 전까지는.


3. 비트코인 제도권 편입 : 주류 경제의 통제

비트코인도 제도권에 편입되었다. 기관들은 포트폴리오에 재빠르게 비트코인 현물을 담기 시작했다. 그 결과 한국을 포함해 여러 국가로부터 비트코인 신고가 경신소식이 들려온다. 잠시 조정 중이지만 차트 봐도 빠르면 올해 상반기에 비트코인 개당 시세가 한화 기준 1억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냥 기뻐하긴 이르다. 상당수 비트코인이 기존 거대자본 세력에 들어가면 한정된 수량의 비트코인 공급량은 이제 반감기 외에 또 다른 변수의 영향을 받는다.


4. 연방준비위원회 목표 : 물가와 고용 안정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 목표는 달러본위제 시스템 유지를 위한 물가안정 최대고용이다. 글로벌 주류 경제는 연준이 통제한다. 연준은 의도적으로 경기를 끓이고 식힌다. 경기가 과열되면 금리를 인상하고 채권을 매하는 양적긴축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잡는다. 하지만 과도한 양적긴축은 경제에 충격을 주고 실업률을 급등시킬 수 있으므로 연준은 매번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다. 반대로 팬데믹 같은 위기를 맞이하면 양적 완화를 통해 자본주의 시스템을 보호한다. 연준 의장이 경제대통령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하지만 연준은 사기업이다. 연준은 달러를 찍어 재무부 빌려준다. 연준은 발생한 이자 6% 자신들 지분을 보유한 시중은행에게 배당금으로 지급다. 미국 대통령이 의장과 이사를 임명하고 상원 의원이 인준하긴 하지만.


5. 정치와 경제 간 연계 : 당선과 증시

연준 목표인 물가와 고용안정은 미국인들의 소비와 소득 안정의 다른 말이다. 미국 직장가입 연금인 401(K)는 미국 은퇴자산의 20%를 차지('20년 기준)하며, 401(K)는 주식형 뮤추얼 펀드에 60%를 투자한다. 시황과 상관없이 미국 증시에 계속 돈이 유입된다. 캘리포니아 포함 미국 14개 주에서 401(K) 의무화를 완료했다. 은퇴자들의 미래가 미국 증시에 한층 더 연동되었다. 이 사실은 지지율을 먹고사는 정치인들에게 간과할 수 없는 지점이다. 미국은 소비 경제 국가이고, 대선 후는 국민들 가처분 소득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연준이 물가를 잡기 위해 양적긴축을 시행함에도 불구하고, 미국 재무부는 재정적자('23.10월 기준 재정적자 2300조, 이자만 900조)를 줄일 수 없다. 현 미국 재무부 장관인 재닛 옐런은 오바마 정부의 연준 의장이기도 했다. 트럼프가 재선을 노리고 경기를 부양시키려 파월에게 금리인하를 강요한 일도 같은 맥락이다. 파월은 연준 독립성을 유지하며 이를 따르지 않았고 트럼프는 그를 비난했다.


6. 연방 준비위원회의 진화 : 무제한 양적완화와 상황 기반 포워드 가이던스

연준은 양적완화와 포워드 가이던스를 주요 수단으로 활용한다. 양적완화는 연준이 채권을 매입해 시중에 통화량을 늘리는 경기부양 수단이다. 팬데믹 위기 때 연준은 '목표가 상당히 진척될 때까지'라는 무제한 양적완화를 도입했다. 또한 중소기업 대출 프로그램을 도입해 신용시장을 안정시켰다. 이제 연준은 국채와 MBS는 물론 위기 시에 지방채와 회사채까지 매입도 검토할 수 있다. 앞으로도 특별대출프로그램을 통해 통화정책보다 쉽고 빠르게 개입할 수 있다.

포어드 가이던스는 연준이 금리나 회의록 등을 발표하여 현재 시장을 어떻게 진단하고 향후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는지 보여주는 수단이다. 또한 연준은 포워드 가이던스를 활용해 시장에 선제적으로 영향을 주고 정책 효과를 높인다. 예를 들어 일종의 신호효과를 위해 점도표를 활용하여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금리전망을 시장에 알린다. 팬데믹 기간에 연준은 자신들의 가이던스 역시 강력하게 발표했다. 정 기한을 명시하고 금리 인상을 하지 않겠다는 표현이 아닌, 실업률이 특정 수치까지 낮아지기 전까지는 금리인상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긴 상황기반 공표. 연준은 공표를 지킴으로써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얻었다. 또한 연준은 FOMC 회의록을 공개할 때 어휘 하나하나 신경 써서 발표함으로써 시장에 정확한 신호를 고 후속조치를 취해왔다. 시장 신뢰에 힘입어 그들은 점점 권한을 확대하고 의회와 정부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하길 원한다. 나도 연준이 가리키는 방향 주하고 FOMC 회의록에 새롭게 등장한 어휘의 뉘앙스에 주목하면서 연준을 거스르는 의사결정을 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7. 그래서 비트코인은? : 기대와 우려

글로벌 금융위기 절 연준 의장이었던 버냉키는 비트코인에 회의적이다. 화폐는 일상거래에서 사용할 수 있음은 물론 가치가 안정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비트코인을 금본위제와 유사하게 평가한다. 금본위제 때 상품가격이 금의 수요와 공급에 영향을 많이 받아, 고용과 안정을 목표로 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통하지 않았다. 그래서 금본위제는 불안정했고 비트코인도 마찬가지말이다. 내 생각에 비트코인은 금 정도까진 아니다. 만약 비트코인이 모바일 결제 수단과 결합하는 범용성을 획득하여 디지털 화폐 역할을 한다면 지위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쉽고 빠르게 이뤄질 것 같진 않다. 연준은 디지털 달러 도입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과연 초기 암호화폐 전문가들은 위기를 타개할 수 있을까. 비트코인 정체성은 제도권에 편입됨으로써 옅어졌다. 시중 유통량도 제도권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사실 금융 기득권들에게 비트코인정체성은 중요하지 않다. 기존 시스템에 편입되어 자신들 통제하에 있다면 상관없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시스템 유지다.

그래서 우려스럽다. 팬데믹 이후 시장에는 M2가 넘쳐난다. 달러 넘치는 만큼 가치 하락한다. M2가 제도권으로 편입된 비트코인 하나하나에 고이 담긴 비트코인 가치가 폭락한다면 달러가 흡수된다. 유동성 과잉 문제가 손쉽게 해결된다. 연준은 주기적으로 자산 가치를 떨어뜨려 달러 가치를 지켜왔다. '22.11월 미국 s&p와 비트코인이 고점을 기록한 시점은 고작 10일 차이었고, 사이좋게 하락했다. 현재 골디락스를 위해 브레이크를 밟아 온 연준 반대로 미 정부대선을 위한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대선 전후로 연준이 골디락스를 이끌어내고 유동성 과잉을 해하면 연준과 연준의 달러는 다시 한번 보이지 않는 가치를 지켜낼 것이다. 연준을 향한 경제주체들의 신념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허상은 꾸준하다.




* 표지 사진 : Unsplash Sean Pollock


* 함께 듣기에 좋은 음악 : 에픽하이의 LESSON4

https://youtu.be/Y9Jh-Cde5cA?si=bzLGW6aEwbeIkZ2t

우릴 다스릴 돈은 수두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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