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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경 Mar 30. 2024

상식은 그곳에만 있습니다.

처세술 넘쳐 납니다. 초반에 상대를 기선제압하는 법, 만만해 보이지 않는 , 소시오패스 상사 대하는 법같은 썸네일만으로도 합니다. 이런 영상이 많다는 것 자체가 이런 영상 필요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겠지요. 우리는 서로 불필요한 행간을 읽어야 하고, 눈치를 봐야 하고, 친 몸을 누인 후에도 쌓인 말들을 씹어야 합니다. 인생을 서로 낭비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하고, 진심 하나 없는 말들이 오가고, 단 하나도 손해 보지 않으려고 태어난 듯 행동하고, 타인의 존엄을 밟아서 자신의 품위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것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인생 각자 소신과 신념을 가지고 가치를 추구하며 산다지만 저런 행위로 굳이 격을 내동댕이치는지 이해할 없습니다. 대체 무엇을 위해 저러는지, 무엇이 그렇게 중요한지, 저러면 행복한지. 영영 이해할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외면하고 싶습니다.


어려서 그런가 보다 했습니다. 세상을 너무나 모른다고 하니까요. 나이를 먹어 갑니다. 아니었습니다. 보이지 않았던 것을 보게 될수록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더욱 이해할 수 없습니다. 온갖 부조리가 사회생활이라는 말로 용인되는 듯합니다. 도통 이해가 안 되는 사회생활 때문에 사회에서 생활하기가 싫어집니다. 지금까지 읽어온 책 그 어디에서도 저렇게 살라는 말은 없었는데 사회에는 이기와 비굴 그리고 저열이 넘쳐납니다. 어차피 그럴 거라면 차라리 철두철미해서 티라도 안 났으면 좋겠습니다. 답답할 뿐입니다.


답답할수록 책을 봅니다. 책에는 합리정의 그리고 공정이 있습니다. 이게 맞다고 합니다. 책 안에서는 이게 상식입니다. 이쯤 되니 상식은 책에만 있는지도 모릅니다. 어차피 사회는 그렇게 돌아가지 않으니 책에라도 써놓은 건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소설가들이 소설을 쓰지 않고는 못 배기는지 조금 이해가 됩니다. 본인만의 세계를 구축하는지  같습니다. 현실이 마음에 들면 굳이 골방에 혼자 앉아 소설을 필요가 없습니다. 에세이스트나 칼럼니스트는 소설가에 비하면 현실을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그나마 현실에 애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소 애증이라도 가지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현실에 직접 이야기를 건네니까요. 미운 사람에겐 투정이라도 하지만 싫은 사람에겐 대꾸조차 하기 싫은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답답함이 극에 달할 때 하는 독서는 평소와 다릅니다. 집착입니다. 『달의 궁전』에 사는 포그가 그러하듯 방안을 가득 채운 책 더미 안에서 웅크려 읽습니다. 『해변의 카프카』를 만나기 전 카프카가 그러하듯 기약 없이 읽습니다. 의 이면』속 박부길이 그러하듯 목적도 체계도 없이 게걸스럽게 읽습니다. 저런 집착 독서형 주인공들은 사회화를 위한 정규교육으로부터 자신을 분리합니다. 소설가은 오래전부터   상식과 사회는 괴리되었다고 말해온 셈입니다.


할 수 있는 것이 이것뿐이라 읽니다. 대안이 없으면 남는 것은 집착입니다. 오늘도 그들이 만든 세계에 집착합니다.


실패를 예감하면서도 써야 하는 글이 있다. 실패에 대한 예감 없이는 쓸 수 없는 글, 자꾸만 연막을 치고 안개를 피우고 변죽을 울리고, 그러다 독백에 그치고 마는, 으레 그럴 줄 알면서도 부쩍 허약해진 소설을 끝끝내 붙잡고 있는 사람이 한 고비를 넘어가는 심정으로 감당해야 하는, 그런 글....... 이 소설은, 말하자면 그런 유의 글이다. 나는 끊긴 길 앞에서 주저앉는 대신 수렁에 빠지는 쪽을 택하기로 했다. 길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 미련과 집착이 나는 두렵다. 알 수 없는 허무감 같은 것이 나의 영혼을 운무처럼 둘러싸고 있다.

- 『生의 이면』 의  「작가의 말」 중에서




* 표지 사진 : UnsplashPereanu Sebastian


* Smoking Dreams - Jazzyfact

https://youtu.be/TxELVsVwt0o?si=F3P9heO63Eotonad

하나하나 짚고 가느라 피곤한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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