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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해방동지 로봇청소기

by 주경

행동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은『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인간의 뇌 운영 방식을 두 가지로 나눴다.

- 시스템 1 : 저절로 빠르게 작동하며, 노력이 거의 또는 전혀 필요치 않고, 자발적 통제를 모르는 방식

- 시스템 2 : 복잡한 계산을 비롯해 노력이 필요한 정신 활동에 주목함. 흔히 주관적 행위, 선택, 집중과 관련해 활동하는 방식

그리고 인간 행태는 시스템 1에 크게 의존한다는 것이 『생각에 관한 생각』의 주제다.

일상에서 시스템 2의 비중을 높이는 게 내 목표 중 하나다. 자유가 없는 회사에서 내 업무 중 대부분은 시스템 1 모드로 해결 가능하다. 시스템 1로 지내다 퇴근하면 시스템 2 모드가 간절하다. 목적과 중요도에 공감할 수 없는 업무에 치이다가, 퇴근하고 보는 책은 반갑다.


즉 생각 없이 할 수 있는 일의 비중을 줄이려고 노력한다. 회사에서는 어쩔 수 없지만, 퇴근 후에는 시스템 1에 할당하는 시간을 줄인다. 청소, 설거지, 빨래 같은 집안일은 멍 때리면서도 할 수 있고 술 취한 상태에서도 가능하다. 그래서 청소는 로봇청소기에게 맡기고 설거지와 빨래를 널 때면 유희성 유튜브를 틀어 놓는다. 단순 집안일만 하거나, 유희성 유튜브만 계속 보고 있기에는 시간 아깝다.


물리적인 영역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영역에서도 시스템 1로부터 벗어나고자 한다. AI가 시스템 1로부터 나의 해방을 돕는다. 평소에 궁금한 주제에 대해 제미나이에게 조사기능을 활용해 질문하면 아래와 같은 20페이지짜리 보고서를 써준다.

Chat GPT유료 vs 제미나이 무료 버전에게 심층 질문을 하면 제미나이 답변이 압도적으로 뛰어나다. Chat GPT 구독을 해지하고 제미나이를 구독중이다.


나 혼자 이런 결과를 얻으려면 몇십 배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을까. 단순 확인 작업을 반복했을 것이다. 개발진은 이번에 나온 Chat GPT5는 박사 수준(4는 대학생 수준)의 답변을 해준다고 한다. 제미나이의 발전도 기대된다.


업무 영역에서도 AI활용이 가능하길 바란다. 기대는 안 한다. 일을 위한 일을 일삼는 곳에서는 생산성은 후순위이다. 비영리 조직의 태생적 한계이자 생존 방식이다. 어쩔 수 없다. 각자도생이다. 퇴근하고 집안일 했으니 책이나 보는 수밖에. 물론 청소는 출근하면서 로봇청소기에게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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