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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경 Jan 21. 2023

모난 돌은 정을 맞아야 한다.

simple is best.

 몇 년 전 국정감사장에서 생긴 일이다. 나 때문에 장관님이 국회의원에게 질책을 받은 적 있다. 의원실 착오였지만, 어쨌든 현장에서 일은 벌어졌고, 내가 의원실에 미리 설명했더라면 발생하지 않을 일이었다.

 

미리 말만 해줬어도 의원실에 양해를 구했을 텐데, 장관님이 영문도 모르고 혼나셨잖아. 바쁘고 고생 많이 하면서 이런 걸로 실수하면 괜히 아쉬우니 앞으로 조금만 더 신경 써줘~


 죄송하다는 나의 말에 상사는 저렇게 말씀하셨다. 정작 본인은 기관장에게 한소리 들으셨을 수도 있는데 오히려 나에게 부탁을 하셨다. 통화였음에도 절로 고개가 숙여졌고 따끔한 질책을 들은 것보다 마음이 아팠다. 한결같은 분이셨기에 가슴이 먹먹해지기까지 했다.

 

 반면 얼마 전 어느 상사가 부하직원에게 개니 소니 찾아가며 폭언을 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당사자도 아닌데 어금니가 물렸다. 진정 폭언을 들어 마땅한 잘못이었을까? 공적으로 국민들에게 피해를 주거나, 사적으로 비리를 저지르는 등 폭언이 일말 납득될 정도로 어마무시한 잘못을 했다면 차라리 징계로써 책임을 지는 것이 깔끔하다. 이것이 문명인의 방식이다. 간간이 들리는 사례들은 그것과 거리가 멀어 보였다. 내 잘못에 비하면 오히려 경미한 이었지만  상사의 대응과는 달랐다.


 상사는 조직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부하보다 많은 권한과 무거운 책임을 가진 조직 기능상 위계에 한정된 상급자일 뿐이다. 나는 관료제 시대에, 그들은 골품제 시대에 살고 있다.


 2019.2월 국무조정실 주관하에 관계부처에서 합동으로 발표한 <공공분야 갑질 근절을 위한 가이드라인*>에서는 외모와 신체를 비하하거나 욕설, 폭언, 폭행 등 상대방에 대한 비인격적 언행을 갑질로 명백히 규정하였다.

* 국정현안점검회의('18.7.5.)에서 논의된 공공분야 갑질 근절 종합대책에 따른 후속조치

 「국가공무원법」 제76조의2에 따라 인사혁신처 및 각 기관에 설치된 고충처리심사위원회 등을 통해 괴롭힘, 갑질 등에 대한 구제를 받을 수 있고, 국무조정실 주관 하에 관계부처에서 합동으로 마련한 「공공분야 갑질 종합대책」에 따라 기관별 갑질신고 센터에도 신고하여 구제받을 수 있다. 행정안전부와 인사혁신처도 징계 기준을 정직~강등에서 정직~해임으로 강화하며 제도를 개선했다. ('21.12.9.)

* 징계 단계 : 견책-감봉-정직-강등-해임-파면


그러나 폭언은 끊이지 않는다.

 제도가 작동하지 못다. 피해자가 조직 내에서 비인격적인 언행을  신고하지 못하는 것은 조직이 우리를 보호해주지 못한다 생각 때문이다. 애써 신고해도 피해자가 조직 눈치를 보는 부조리 발생한다. 우리가 범죄 피해자가 되었을 때 경찰에 신고할 수 있는 건 법과 제도를 바탕으로 공권력이 우리를 지켜준다는 믿음 덕분이다.

 

 구성원들이 내 일처럼 공감하고 공분하여 선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제도는 결국 여론 눈치를 본다. 제도 적용은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고, 사람은 여론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몇 년 전 민중에게 개돼지라는 폭언을 한 교육부 전 정책기획관을 징계할 수 있었던 것은 언론이 여론을 형성해줬고 민중이 공분해준 결과이다.


 용기 낸 신고자는 정 맞을 모난 돌이 아니다. 정작 정이 시급한 모난 돌들 둥글둥글한 돌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 아무도 신고를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신고 못할 것 같은 사람에게만 폭언을 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조직에 요행을 바라지 않고, 굳이 아쉬운 소 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 간혹 있다. 나는 심플한 디자인에 끌리고, 드립커피 마신다. 나는 깔끔한 것이 좋다.


* 표지사진 : 어느 정신과 의사의 명언

* 영감을 준 노래 : 리쌍의 난말이야

https://www.youtube.com/watch?v=WQv3upBhN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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