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전, 서재 그리고 커피

인프피 낭낭하게 순간을 소중히

by 주경

알람 없이 떠진 눈으로 점심까지 서재에 머문다.


드립커피를 따라 두고 글을 쓴다.

이번주 원두는 에티오피아 이르가체페 코케허니다.

바디감과 깊은 맛은 적지만 향이 일품이다.

틈틈이 점심 메뉴와 오후에 볼 영화도 고민한다.

블라인드 틈으로 짜파게티 1.5개 같은 볕이 들어온다.


빈지노가 말한 아침 아홉 시의 해

이 순간이 소중하고, 소중할 것임을 안다.

일상과 주변이 당연하지 않을 순간은 온다.

이동진의 행복은 강도가 아닌 빈도라는 말에 공감한다.

주말에 내릴 커피 원두를 신중하게 고르고,

앤틱 커피잔을 애지중지하면서 순간들을 채운다.

마르쉘 프루스트는 감각적인 회상을 통해

과거와 현재가 합쳐지는 경험을 한다고 했다.

훗날을 위해

일상 속 사소해 보이는 감각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과거를 엄선해 기록한 책이 지금의 나에게 질문을 주고, 답을 내는 글쓰기가 나를 정제한다.

어제의 자아는 죽고 새로운 자아가 찾아든다.

반복된 일상설레는 여행이 된다.

삶이 이렇다면 영원회귀도 흔쾌하다.


명란 파스타가 맛있고, 게임 나이트가 재밌길 바란다.


2023.1.28일 12:25분


* 표지 사진 : 영화 <타이타닉>의 한 장면


* 영감을 준 노래 : 삼점오의 흑백영화

https://www.youtube.com/watch?v=SEefZCZYsV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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