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여러분은 ‘게이머’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머리에 떠오르시나요?
피시방에서 친구들과 게임을 즐기고 있는 학생의 모습을 떠올리는 분도 있을 겁니다. 휴대용 게임기를 들고 자기 집 소파에 앉아서 놀고 있는 젊은이의 모습을 떠올리는 분도 있겠죠. 핸드폰을 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무언가를 찾아다니는 사람도 생각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어두컴컴한 방구석에서 담배를 뻑뻑 피우며 입에 욕을 달고 컴퓨터를 두들기고 있는 폐인 같은 몰골을 떠올리는 분도 분명히 있을 겁니다. 가진 돈을 탈탈 털어서 ‘뽑기’를 돌렸는데 원하는 것이 나오지 않아 짜증 부리는 누군가가 생각나는 분도 아마 있지 않을까 싶네요. 자신의 인생뿐만 아니라 가족들까지 고통에 빠트린다는 ‘게임중독’에 빠져 심각한 상태에 놓인 누군가가 생각나는 분도 아마 있겠죠.
이처럼 가볍게 ‘게이머’라는 표현을 쓰지만, 사실 이 단어 안에는 너무나도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핸드폰으로 퍼즐 게임을 즐기는 여고생, 은퇴 이후 심심풀이로 손주들과 포켓몬을 찾아다니는 할아버지, 미래의 ‘페이커’를 꿈꾸며 연습에 매진하고 있는 프로게이머 지망생, 돈만 생기면 전부 PC 업그레이드에 쏟아붓고 있는 중년 남성, 기타 등등 다양한 사람들을 전부 ‘게이머’라고 부르는 경우가 정말 많다는 것이죠.
하지만 다들 알고 계시다시피 우리는 야구선수와 축구선수, 그리고 복싱선수를 ‘운동선수’라고 묶어 부르지 않습니다. 각각의 종목이 가지고 있는 특성은 너무나도 다르기에, 그들을 하나의 카테고리에 묶을 수 없다는 것을 많은 분들이 상식으로 알고 있죠.
저는 게이머 또한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했다시피 핸드폰으로 가볍게 노는 사람과, 모니터에 표시되는 화면의 0.1초 단위까지 순식간에 파악하고 판단하는 ‘선수’들을 똑같이 취급하는 것이나 다름없으니까요.
물론 대략적으로 사람들이 떠올리는 게이머의 이미지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것은 그다지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죠.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는, 스스로를 아주 강하게 ‘게이머’로서 정의하고 있습니다.
뭐 따지려고 들면 이것저것 이야기 해야 할 것이 많기는 하지만, 수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게임을 즐겨왔고, 게임이라면 핸드폰이든 게임기든 가리지 않고 최대한 즐기고 있으며, 그것과 아주 깊게 연관되어 있는 직업까지 가지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렇게 취미에 크게 빠져든 사람들 중 적지 않은 수가 그러하듯, 결혼이나 연애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고 있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자신이 없었던 것이죠. 사회적으로 그렇게 존중받는 취미도 아니고, 심지어 직업까지 그런 쪽. 이런 내가 어딜 봐서 이성에게 인기가 있을까… 뭐 그런 생각에 사로잡혀서 제법 오랫동안 살아왔으니까요.
그런데 그랬던 저에게 ‘봄날’이 찾아왔습니다.
많이 부족한 저를 이해해 주고 보듬어주는 이성을 만난 것이죠.
거기다 그 사람의 직업은 무려 ‘공무원’이었습니다.
그것도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전문직의 스펙을 갖춘.
어째서? 어디를 어떻게 봐도 나랑 만날 ‘끕’이 아닌 사람인데?
아, 혹시 궁금하신가요? 저희 부부의 이야기가?
그러면 천천히 시작해 볼까 합니다.
‘게이머 남편과 계약직 공무원 아내’의 이야기를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