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행은 ‘여수 밤바다’(중편)
Y양의 ‘여수 밤바다’를 들었더니 여수에 가고 싶어 졌다는 이유로 시작된 여수 여행.
이전 글을 보고 어느 정도 예상한 분도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Y양은 MBTI 기준으로 J, 그것도 매우 강력한 J의 경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 또한 J 성향이 강해서 은근히 죽이 잘 맞는 것도 있죠.
그래서 이번 여행도 매우 즉흥적으로 결정이 되었고, 숙소만 정해놓고 나머지는 대충 맛집 좀 가보고 바다 좀 구경하자~ 정도만 정해져 있었죠. 말 그대로 파워 J 커플의 여행이라고나 할까요?
하지만 그것도 날씨가 어느 정도 괜찮을 때의 이야기. 계속해서 내리는 비에 저는 여행 자체가 망그러지면 어쩌나 라는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그런 제 마음을 알았는지, 다행히 여수에 도착할 즈음에는 비가 그치기 시작했습니다.
날씨가 조금 꿉꿉하기는 했지만 여행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죠.
표현은 안 했지만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저와 Y양은 미리 알아둔 돌게장 맛집으로 향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게장인 Y양이었기에, 이번 여수 여행의 주요 목적 중 하나가 바로 게장맛집 투어이기도 했거든요.
유명한 집이었지만 날씨 덕분인지 손님은 그다지 많지 않았고, 덕분에 대기 없이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맛도 돌게장으로 유명한 여수에서도 손꼽히는 맛집답게 훌륭했죠.
그리고 식사를 마친 뒤, 잠시 걸어서 이동하던 중,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슬비가 내리기에 우산을 하나만 꺼내서 둘이 함께 쓰고 걷고 있었는데, 저희 바로 옆을 지나가는 차가 물웅덩이를 밟으며 저희에서 물벼락을 내린 겁니다.
그 순간, 저는 Y양을 우산으로 감싸며 끌어당겼고, 그 덕에 쏟아진 물의 양에 비해 Y양은 별로 젖지 않고 넘어갈 수 있었죠. 저는 물론 쫄딱 젖었지만요.
그리고 저를 물에 빠진 생쥐꼴로 만든 그 차를 몰던 분은 멈춰 서서 저에게 사과를 해왔습니다.
그대로 못 본척하고 갔으면 뭔가 방법을 찾으려고 했었는데, 정중하게 사과를 하는 모습을 보고 그냥 넘어가기로 했죠. 저는 몰라도 Y양이 뭔가 낭패를 본 것은 아니었기에.
그런데 그 모습이 여러모로 Y양에게는 인상적이었던 모양입니다.
나중에 들은 거지만, 일단 물이 쏟아지는 걸 보고 바로 자기를 보호해주려고 했던 것도 그렇고, 짜증을 낼 법한 상황에서도 쿨하게 넘어가는 모습도 그렇고, 조금은 다시 봐줄 만한 구석이 있었다고 하더군요.
‘이 사람… 나쁘지 않을지도?’ 라면서 말이죠.
물론 당시의 저는 거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고, 그냥 쫄딱 젖어서 속으로 투덜거리고 있었지만 말이죠.
비가 너무 와서 여행 망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오히려 그 비 덕분(?)에 Y양에게 제법 점수를 딸 수 있었으니, 이것도 일종의 새옹지마라고 해야 할까요?
하지만 비로 인한 나비효과는 이것이 끝이 아니었는데…
-계속